여름의 이별
살아가는 일을 원고로 기록하는 나의 방식
버스 뒷좌석, 어린아이와 엄마가 나란히 앉았다. 아이의 짧은 다리가 바닥에 닿지 못하고 허공에서 깡충거린다. 호기심으로 가득 차 내부를 둘러보며 쫑알쫑알. 그러나 얼마 못 가 초롱초롱한 눈빛이 흐려진다. 눈꺼풀이 천천히 내려오다가 번쩍, 올라가고.. 다시 천천히.. 내려와 감긴다. 아이는 어느새 엄마의 어깨에 기대어 잠든다.
어린 시절, 버스를 타고 갈 때면, 한낮에도 잠이 쏟아졌다. 규칙적으로 들리는 엔진소리와 치익,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는 졸음을 부추겼고, 버스 양쪽에 매달려 흔들리는 손잡이는 주문이라도 거는 것처럼 몽롱했다. '하차벨'을 눌러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열심히 눈을 치켜떠도, 눈꺼풀은 흘러내리고 결국 완전히 감겼다. 정신을 차려보면 엄마의 무릎을 베고 있던 그때. 뺨을 자꾸 비비고 싶던 엄마의 치마와 뒤통수가 닿을 듯 말 듯 말랑말랑 뱃살.. 은근하게 풍기던 엄마의 냄새.
이어지는 곡
#아이유 #무릎
_
작년 7월 아빠를 떠나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원고를 쓰려니 아주 이상했다. 아빠가 돌아가셨는데 평소의 행복을 쓰려니 온통 거짓말만 쓸 것 같았다. 거짓으로 꾸며내는 말이 어색하고 진심을 담아 행복한 이야기를 쓰려니 아빠에게 죄를 짓는 것 같았다.
무엇을 쓸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아빠를 모시고 추모공원으로 가던 차 안에서 옆에 앉아 꾸벅 졸던 규인이를 떠올리며 썼다. 나는 회사로 돌아왔으니 회사에선 울지 않겠지만, 나만의 방법으로 우리의 기억을 기록하며 아빠를 추억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짧은 낭독에 이어, 아이유의 '무릎'이 흘렀다. 노래를 듣는 사이 청취자들의 이야기가 미니와 문자로 하나 둘 도착했다. 엄마의 냄새나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내용이었다. 누군가는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겠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이미 떠나고 없는 분들과 그 시절을 그리워했다. 내 이야기가 진행자의 입을 통해 라디오 너머 청취자들에게 닿아 존재했지만 잊고 지내던 소중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순간이었다.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일 년이 지나 다시 7월이 되었으니 나는 또 아빠의 이야기를 써야겠다. 내가 있는 곳에서 나의 방식으로 아빠를 기억하고 사랑해야지.
#라디오 #평소의 행복 #오늘아침정지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