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의 오전 아홉 시, 뚜레쥬르에서는 고소하고 기름진 버터 냄새가 진동한다. 평소보다 짙은 향을 맡으면서 카운터를 보니 막 나온 여러 종류의 빵이 열기를 식히며 포장을 기다린다.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맞은편 마트에선 복숭아와 사과 같은 과일이 예쁘게 자리를 잡는다. 가게 문을 열고 장사를 준비하는 시간. 초등 저학년을 둔 부모는 등교를 마친 후 아까와는 다른 느슨한 걸음으로 되돌아간다. 버스는 그대로 도로를 달리지만 내부는 한산하다.
아홉 시를 기해 거리의 모습이 바뀐다. 눈으로 보기엔 느슨하다. 그러나 안에서는, 일터에 도착한 사람들은 겨우 한숨 돌리고 업무를 시작하는 팽팽한 시간이겠지?
처음 오늘 아침에 오게 됐을 때, 아홉 시를 머릿속에 그려봤다. 새로운 스위치가 눌러지는 시간이었다. 빠듯하던 걸음을 멈추고 엉덩이를 붙이는 시간. 업무를 보기 위해 집중을 시작하는 시간. 학교에선 수업 종소리가 울리고 버스와 지하철의 배차 간격엔 여유가 생기는 시간. 아이의 등원과 등교를 마친 전업맘에겐 아주 잠깐 숨을 돌리는 시간.
지영언니의 장기 휴가를 의논할 때, 나는 언니가 평범한 아홉 시를 몸소 겪을 수 있다는 사실에 괜히 들떴다. 스튜디오에서 장장 12년을 오전 9시 - 11시를 보내던 사람이 청취자의 사연으로만 짐작하던 세계로 나가게 된 것이다. 아침 아홉 시에서 열한 시의 세계를 진짜로 살아보는 일이 아홉 시 라디오 진행자에겐 필요한 일 아니겠나요? 언니가 아홉 시의 세상을 많이 겪고 건강히 돌아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