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희
이른 여름
과일 가게 앞을 지나다 보면
황홀한 향기가 흘러
걸음을 멈추게 된다.
모습도 얼마나 예쁜가.
둥글고 붉은 모습이
얼핏 통통한 하트를 닮았다.
붉은 껍질에
단단히 싸여있는데도
무슨 수로
그 달콤한 향기를 쉼없이 퍼뜨리는지
조그만 자두 한 알이
사람의 혼을 쏙 빼놓는다.
한 입 깨물면
껍질이 쿡. 터지듯 열리면서
달고 새콤한 과육이
한껏 베인다.
오물오물 씹고 있으면
입안에 단물이 가득 차고
때때로 손목까지 타고 흐르는 과즙이
간질간질하다.
여름 내내
향기롭고 간지럽게
애교를 부리던 자두도
바람이 싸늘해지면
사뭇 모습을 바꾼다.
듬직한 형님 같은 얼굴,
가을이 다 되어
맛보는 마지막 자두,
‘추희’.
한눈에 봐도 크기가 크고, 단단하다.
과육이 치밀해서 한참을 버티는데
처음엔 시던 것도
며칠 두면, 단맛으로 변해
생각보다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어
자두의 계절이 끝나
서운한 마음을
부드럽게 달래준다.
*(잠깐 쉬었다가)
평범한 날의 소소한 행복을 찾아 나서는.. <평소의 행복>
오늘은, [여름과 이별]합니다.
*
음악은 뭘 들었는지 모르겠다.
2023/08/29/화
#오늘아침정지영입니다
*
단단하고 큼직한 추희를 먹을 무렵이면
여름도 끝무렵이다.
여름이 길어 수박도 지겹다.
어서 가을이 왔으면.
*
지영언니 소식이 궁금한 분들도 계실텐데요,
언니는 전보다 더 예뻐졌구요, 여전히 상냥합니다.
우리만 무탈하면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