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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과 일과

콩국수

여름의 맛

by 류정은

누가 콩국수 얘길 쓴 적이 있지 않냐고

보여줄 수 있냐고 해서

찾아봤는데

정말 있다. 2000년 8월이니

평소의 행복 시작하고

첫번째 여름이었다.

아마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여름다운 소재들을 썼던 때가 아닐까.


아무튼 읽어보다가

오랜만에 업로드.



*

젓가락을 들어

면을 적당히 집은 뒤

허공에서 몇 바퀴 돌려 감는다.


두툼하게 말린

국수를 한 입 물자

입술에

되직한 콩국물이 닿는다.


탱글한 면의 식감도 좋지만

밀도가 느껴질만큼 진한 국물이 매력적인..

콩국수.


그저 허여멀건한 이 국수를

처음 마주했을 땐

우유에 담가놓은 것 같은 모습에

쉽게 손이 가진 않았다.


콩/국수라는 이름을 듣자

미간은 더욱 찌푸려졌다.


밥알 사이에 들어있는 콩도

골라내기 일쑤였는데

콩으로 국물을 내다니

이 무슨 괴상한 국수인가.


그저 희기만 한

낯선 국수를 먹기까진

작은 용기가 필요했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 먹어보고

마지못해 면발을 씹었다.


꾸밈없이 담백한 맛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이게 무슨 맛이지, 하면서

면을 꼭꼭 씹어 삼키고

국물을 또 한 번, 떠먹는다.


입천장 아래 퍼지는

두툼한 국물에서 고소함을 느꼈을 땐

마침내 그 매력에 완벽히 빠지고 말았다.


*(잠깐 쉬었다가)


평범한 날의 소소한 행복을 찾아나서는.. <평소의 행복>,

오늘은 <콩국수> 진한 국물, 천천히 맛봤습니다.





-


여의도 진주집에 가서 콩국수 먹고 싶다.

와, 양이 많아요~ 하다가

결국 바닥까지 싹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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