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성장시키는 건 언제나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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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갑자기 내가 편지를 쓰는 이유가 있어. 나 사실은 글이 쓰고 싶었거든. 매번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다짐도 많이 했어. 그런데 아직까지는 서평밖에 쓰질 못했어. 알 것 같아, 내가 글을 쓰지 못한 이유. 쓰고 싶은 글이 없었던 거야. 그러다가 내 인생에서 일기도 아닌데 가장 글을 많이 그리고 오래 썼던 때가 언제였는지 네 편지를 읽고 깨달았어. 너에게 편지를 보냈을 때. 바로 그때였던 거 같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하루 한 통씩 꼬박꼬박. 그렇게 오랜 날을. 한가득. 읽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다시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
어느 날엔가 집구석 한 귀퉁이에 처박혀있던 편지상자를 발견하고 난 뒤였다.
그때부터 난 혼자만의 글(이라 읽고 편지라 부르는 것)을 썼다.
찬란한 20대 시절 군대 간 남자친구와 하루 한통씩 꼬박꼬박 주고받았던 편지 더미 속에서 발견한 것은 '지난날의 사랑' 그리고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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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는 일은 나의 즐거운 취미생활 중 하나인데, 뛰어난 작문 실력을 가진 것은 아니나 작고 사소해도 능력은 능력이라 이대로 썩히기는 아쉬워 뭔가를 꼭 남겨보고 싶은 마음이다.
오랜 꿈은 죽기 전에 책 한 권을 발간하는 것. 어떤 종류여도 상관없으니 꼭 나만의 책을 갖고 싶다.
그래서 수없이 고민했다. 어떤 글을 쓰면 좋을지.
그러나 아무리 백날 끄적여봐도 평범한 일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평범한 글만 이어질 뿐, 마음에 드는 글이 영 나오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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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들의 연속 끝에 발견한 편지 더미가, 사랑이, 비로소 나로 하여금 다시 글을 쓰게 만들었다.
사랑을 눌러 담기 시작하니 글이 술술술 써지더라. 심지어는 쓰여진 글이 퍽 마음에 들기까지.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글은 어디에도 내놓을 수가 없었다.
직접 X에게 보낼 수도 그렇다고 연재 플랫폼에 재개할 수도 없는, 그야말로 혼자만이 간직해야 할 비밀일 뿐.. 그 글들은 아직도 어딘가에 주인 없는 편지인 채로 수신인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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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면 이전의 사랑은 힘을 잃는다.
난 짝꿍을 만났고, 사랑에 빠졌고, 당연히 X에게 보내는 편지 역시 더 이상 쓰여질 일이 없었다.
그렇게 글은 또 한동안 내게서 멀어졌다.
(물론 이따금씩 블로그에 글을 쓰긴 했는데, 그것들은 오직 웨딩업체의 상업적 목적을 위한 후기일 뿐, 내가 쓰고 싶은 글의 종류와는 거리가 멀었다.)
뭘 쓰면 좋을지 모르겠는 글 방황의 시기는 또다시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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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또 어느 날, 우연히 웨딩에세이를 쓰는 사람의 블로그를 보게 됐다.
결혼을 앞두고 하루하루 크고 사소한 일들을 기록하는 글이 적혀 있었는데, 그 글이 참 좋았다.
그래서 나도 따라 해보는 거다.
결혼준비에 필요한 정보성 글, 후기 작성하면 페이백 해준다니까 적는 홍보글 같은 거 말고.
아무런 보상도 혹은 공감하거나 읽어주는 이가 없더라도 그냥 내가 쓰고 싶어서 쓰는 이 글을 말이다.
하여 결혼 117일 전부터 하루 한 편을 목표로 웨딩에세이를 적어 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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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블로그에 한 3편쯤 적었을 때, 이대로라면 브런치 작가에 도전해 보아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언제부턴가 나의 새해 소망 리스트에 자리 잡고 있던 브런치 작가 되기.
그동안 쓰고 싶은 글이 없어 도전할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가 이제야 도전장을 스윽 들이밀게 됐다.
딱히 합격이 간절하지는 않았다.
브런치가 아니어도 네이버 블로그나 티스토리 등 어디에든 연재할 곳은 많으니까.
그래도 기왕이면..! 붙고 싶어서 먼저 20편 정도를 작성한 후에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다.
그리고 심사의 시간을 거쳐 이틀 후, 작가가 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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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기뻤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혹시 브런치 작가 알아?” 하고 물어보고 다녔다.
(유명한 플랫폼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모르는 사람이 많더라.. 낭만없는 현대사회.. 그치만 상관없다!
아니 오히려 몰라서 좋아. 내 글을 지인이 읽는다고 생각하면 너무 부끄럽거든 ㅎㅎ 그래서 짝꿍에게도 작가가 됐다는 소식만 알리고, 아직 글 한 편도 보여주지 않았다.
글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브런치.
하지만 앞으로도 나는 라이킷수나 조회수에 연연하지 않으려 한다.
그저 내가 쓰고 싶은 글을, 기록하고 싶은 이 순간을 이곳에 기록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할 뿐이다.
이 취미생활은 아주 아주 재미있으며, 이것이 요즘 내 삶에 큰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으니까.
언제나 ‘내가 되고 싶는 나’가 되는 것이 나의 꿈인데 그 모습에 한걸음 가까워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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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결혼이 이렇게 나를 또 성장시킨다.
사랑은 언제나 나를 성장시키는 중요한 촉진제 역할을 해왔는데, 늘 그랬듯 앞으로도 더 컸으면 좋겠다.
이 에세이가 꼭 100편에 머물러 끝을 맞이하기를.
그리고 나면 브런치북으로 발간할 것이다. (후후)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난 작가가 됐다.
이제 날 신작가라 불러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