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린 Feb 15. 2024

ep28. 티끌 모아 태산

끝없는 결혼준비 비용

내 월급은 아무리 애써도 티끌 모아 티끌인데, 어째서 결혼준비비용은 그렇게나 아끼려고 아등바등했음에도 티끌 모아 태산인지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인생에 한 번뿐'이란 말에 속지 않기로 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인생에 한 번뿐이니까 후회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하자. 보다는

인생에 한 번뿐이니까 영원하지 않을 것에 허튼 돈 쓰지 말자. 쪽으로 기울여 준비했다.

인생에 한 번, 그냥 지나가버릴 순간 말고, 평생 누릴 수 있는 것들에 쓰고 싶어서.


쉽게 말해 한 순간이면 끝날 결혼식에 들어가는 돈.

웨딩홀, 웨딩드레스, 헤어, 메이크업, 부케, 스냅, DVD 등등등.. 에는 아끼고

결혼하고 난 이후 평생 누릴 수 있는 것들에 들어가는 돈.

집, 가전, 가구, 결혼반지 등에 무게를 두어 예산을 분배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자잘하게 돈 들어갈 구석이 너무나도 많고,

같은 제품을 구매해도 '웨딩'만 붙으면 프리미엄이 되어 가격 올려치기를 하는 경우가 너무 많으니!!!

(대한민국 웨딩업계는 반성해야 한다. 이러니 N포세대가 나오는 게 아니겠어?!)

처음엔 한 푼 두 푼 티끌처럼 분배했으나 모아보니 태산 같은 그 비용. 뉘 집개이름 아니고 몇 천만 원이 됐다.


애초에 프러포즈 직후 본격적인 결혼준비에 앞서 짝꿍을 호출해 물었다.

팀을 꾸려 어떤 하나의 목표로 달려가기 위해서는 공동으로 정해야 할 약속 1. 기한 그리고 2. 예산이 중요하다 생각했기에.

상의하여 먼저 기간을 정했고 (결혼날짜) 그 뒤에 예산을 정했다. (결혼준비 비용)


"우리 결혼하는데 얼마나 있어야 할 거 같아?"

"글쎄, 남들 하는 거 보니까 평균 3천만 원은 들더라고. 우리는 2천만 원 정도면 되지 않을까?"

"2천만 원?"

"응. 그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좋아. 그럼 너 1천만 원, 나 1천만 원 각각 모아서 2천만 원으로 준비해 보자."

"그래!"


이렇게 미리 정해놨으니 망정이지...

예산 안정해 놨으면 보태보태병에 걸려 까딱하면 예산초과할 뻔했다.


처음부터 추가금 막겠다 굳게 마음먹었고,

어떻게든 저렴하게 하고 싶어 손품도 많이 팔았지만

오히려 그러면 그럴수록 끝도 없이 나오는 매력적인 선택지들 앞에 굳은 결심은 무너져 내리기 일쑤였고.

사람 보는 눈은 다 똑같다고 딱 봐도 비싼 게 예쁘더라.

예상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것이 인생이기에 마찬가지로 생각지도 못한 지출이 생길 때도 있었고.

인생 가장 큰돈을 쓸 대목이라서인지 처음엔 호덜덜하던 가격도 자꾸 보다 보니 내성이 생겨 100만 원은 어느새 100만 원으로 보이는 현상까지 일어났다.

게다가 이 보태보태병이란 것은 아주 무시무시해서 조금만 더 보태면.. 조금만 더.. 하던 것이 결국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어 텅장을 만들더란 말이지.

이것이 비단 나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라 사료된다.


그래도 정신줄 붙잡고 이때끔 버텨온 나 자신을 칭찬하며, 예산보다 적은 1500만 원으로 결혼을 마칠 수 있음에 기뻐하는 바이다.

또한 나와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모두를 응원하고 싶다. 마지막까지 화이팅.

너무 아끼기만 해도 후회가 남는 법이지만, 너무 펑펑 써도 후회가 남기는 마찬가지다.

쓸 땐 쓰고 아낄 땐 아껴가며 현명한 결혼준비 하시기를. (티끌 모아 태산 되는 거 아주 쉽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ep27. 감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