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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린 Jan 24. 2024

ep2. 영원한 1+1 행사

내가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 함께 공모전에 나가 동고동락하며 친해진 무리가 있다.

그 무리 안에는 4명의 오빠와 나 그리고 미혼 여성 친구 한 명이 있는데,

우리 6명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단톡방에서 종종 서로의 안부를 묻고, 생일을 챙기고, 매년 새해 인사를 건네며 지금까지도 소중한 인연을 잘 이어오고 있다.

솔로였던 누군가가 한 사람의 남자친구가 되고, 신랑이 되고, 또 아빠가 되는 시간이었다.

그 모습을 모두 지켜보며 세월을 거닐다 보니 어느새 4명의 오빠들은 올해 10월을 기점으로 모두 유부남이 되었고, 다음은 내 차례다.


항상 마음만은 청춘인 우리는 볼 때마다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라며 칭찬 겸 위로를 담은 말을 건네곤 하지만 그 누구도 세월을 피해 갈 수는 없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언니, 오빠보다는 아줌마, 아저씨에 가까운 나이가 됐다.

아무래도 나이를 먹었으니 당연히 눈가에 주름이 생기고, 흰머리도 몇 가닥 나고, 어쩌면 배도 조금 나왔겠지만…

사실 내가 정말 나이를 먹었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은 그들의 곁에 또 다른 누군가가 있는 걸 볼 때다.

바로, 가족.


4년 전, 제일 먼저 결혼한 군인 오빠의 결혼식에서 우리는 고작 5명이었다.

그러나 지난 10월, 삼성 오빠의 결혼식에서 우리는 8명으로 늘었고,

감히 예상하자면 그다음 차례인 내 결혼식에서 그들은 10명이 될 것이다.


매번 다른 추억을 공유하는 사진에 찍힌 인원이 점점 늘어나는 연유는 그들에게 가족이 생겼기 때문이다.

유부남인 오빠는 결혼식에 아내를 동반하여 왔고,

아빠가 된 오빠는 아내와 자신을 쏙 빼닮은 귀여운 미니미도 함께 대동하여 참석했다.

온 가족이 함께 참석하는 모습을 보며 더 이상 그들이 혼자가 아니란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나와 미혼인 친구는 결혼식에 홀로 참석하는 것이 마땅한 일인 것처럼 혼자 왔지만, 이제 그들은 함께 다니는 것이 더욱 당연해진 듯 보였다.


그러니 아마도 결혼이란 영원한 1+1 행사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하나 가는 곳에 다른 하나가 함께 하는 일이 자연스럽고 당연해지는 거.

친구의 결혼식도, 가족행사도, 나 역시 앞으로 어딜 가든 내 짝꿍과 함께 할 테니까..


내년 내 결혼식엔 맏이 오빠도 아내와 미니미를 데리고 온다고 했다.

(신기하게도 오빠들은 하나도 안 귀여운데 오빠 붕어빵인 애기들은 어쩜 이리 귀여운지… ㅎㅎ)


기대된다.

결혼식과 같은 공적인 자리뿐 아니라 사적으로 모이는 자리에서도 오빠들이 배우자를 데려온다 하면 두 팔 벌려 환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우리이기에, 그들의 사랑하는 가족을 만나는 건 언제나 내겐 기쁨이다.

내가 초대할 사람은 오직 5명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참석할 손님이 배로 늘어난다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기도 하고.

함께 찍는 사진에 인원이 점점 늘어날수록 가족이 많이 생기는 것 같은 뿌듯함과 든든함은 덤.

이번에 찍은 사진을 보며 내 얼굴에 꽤나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던 건 분명하다.


P.S. 가장 마지막 차례로 가게 될 미혼 친구도 곧 그녀와 결혼까지 골인했으면 하는 남자친구가 있다.

훗 날,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그녀가 그와 결혼하게 된다면 나도 1+1으로 참석해 두 배의 축복을 빌어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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