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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린 Jan 24. 2024

ep3. 부부의 연

어딘가에 반드시 있다.

말이 나온 김에 이야기를 얹어보자면, 이건 지난 10월 결혼했다던 삼성 오빠네 러브 스토리다.

두 사람의 아름다운 결혼식에는 신부 친구들의 감동적인 축사가 2번가량 있었는데,

그 2번 모두 공통적으로 언급된 말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너 결혼 안 한다더니..."였다.


그렇다. 신부는 비혼주의였다.

그런 그녀가 다정하고 듬직한 삼성 오빠를 만나 연애를 시작하고, 1년여 만에 결혼까지 하게 됐다는 이야기는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꽤나 시사하는 바가 컸던 것 같다.


단순하게 보면 '역시 비혼주의 완성은 결혼인가.' 싶은 생각이 먼저 들지만,

다음 이야기를 마저 들으면 '역시 부부의 연은 따로 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 두 사람이 사귀기 전으로 올라가 보자.

어떻게 만났는고 하니, 두 사람은 처음에 직장인 과외로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삼성오빠가 다니는 회사 고과 때문에 중국어를 배워야 하는 상황이라 어플로 과외선생님을 구하게 됐는데, 그 선생님이 바로 지금의 아리따운 아내분이다.

직장인 제자와 중국어 선생님의 관계로 만나 연인으로까지 발전했다고.

(약간의 사설을 곁들이자면, 아내분이 정말 예쁘고 아리따우시다 : 진지하니까 밑줄도 그어야지. 오죽하면 내가 아내 분을 보자마자 ‘삼성오빠, 세금 더 내라. 많이 내라! 와이프 완전 예쁘시잖아.'라고 말한 적도 있음.)

여하튼 선생님을 보고 첫눈에 반해 오빠가 먼저 꼬셨겠구나 생각했는데 의외로 전혀 수작(?) 부리지 않고 열심히 수업만 들었다고. 허허.

썸조차도 없었나요? 네, 없었습니다.라는 답변에 그럼 둘이 어떻게 연애를 한 거죠? 싶었지만 역시,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


오히려 연애전선이라면 삼성오빠의 대학 동기로부터 소개팅 제의가 들어왔단다.

아무리 과외 선생님이 예뻐도 과외는 과외일 뿐. 오로지 중국어 배우기에만 여념 없던 삼성오빠는 그러나 소개팅은 또 못 참지~ 하며 사진을 받아봤는데…

잠깐만, 이 여자 낯이 익은데?

아니 글쎄, 같은 학교 후배라며 건네온 사진 속의 그녀가 어디서 많이 보던 얼굴이 아니겠는가.

예상하셨겠지만, 네. 바로 그 예쁜 과외 선생님이랍니다.


어쩜, 인연이 있다더니 정말인가.


사귀게 된 과정을 듣고 있던 우리 모두가 일제히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게 정말이야?' 하고 신기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까지 같다잖나. (어쩌면 학교에서 어깨 한 번 정도는 스쳐 지나갔을지도)

과외로 만나든 소개팅으로 만나든 어떻게든 이 둘은 만나서 이어질 운명이었나 보다며 나 역시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정작 당사자는 그 사실이 얼마나 더 로맨틱하고 운명적으로 느껴졌겠는가.


별처럼 수많은 사람들 그중에 그대를 만나 ♬


여러 번의 우연이 겹쳐 만들어진 인연이니, 당연지사 없던 마음도 생기기 마련.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연애가 결혼까지 물 흐르듯 흘러갈 수 있다는 건, 물론 두 사람이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탓도 있겠으나 특히나 '부부의 연'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 사료된다.

그렇지 않고서야 친구들과 손가락 걸고 약속했던 비혼을 깨고 그녀가 가장 먼저 면사포를 쓸 일은 없었겠지.


흔히 쓰이는 말 중 ‘될놈될’이라고 하던가.

‘될 놈은 된다.’가 본 뜻이지만 오늘의 나는 ‘될 놈 하고는 된다.’로 정정하여 표현하고 싶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각자의 인연이 반드시 있고, 언젠가는 만나게 된다.

나 역시도 그렇게 결혼에 당도했고 말이다.

행여나 이미 지나간 세월 속에 인연을 놓쳐버린 것 같아도 걱정 마시라.

또 다른 (진짜) 인연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터이니.

+

얼마 전,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택시 안.

나보고 결혼은 했냐며, 조건 좋은 곳으로 가냐 묻던 기사님이 떠오른다.

그 말을 꺼낸 사연인즉슨, 자신의 40살 먹은 아들이 조건은 참 좋은데 (고수입, 자가보유, 퇴직 후에도 안정적인 수입확보 등) 결혼을 안 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아직까지 결혼을 못했더라는 것이다.

결혼생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나, 듣자 하니 본인이 마음에 들면 여자가 별로라 하고, 여자가 마음에 들어 하면 본인이 별로라 했다고.

오는 내내 계속된 기사님의 고민 겸 자식자랑을 잠자코 듣고 있던 나는 내리기 직전에야 이렇게 대답했다.

“기사님도 결혼하셨으니까 아시잖아요, 인연은 따로 있다는 거. 아직 못 만났을 뿐이에요. 내년엔 꼭 좋은 인연 만날 거예요.“


다시 생각해도, 인생을 함께 할 동반자를 만난다는 건 엄청난 축복이자 행운인 것 같다.

그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두에게 좋은 인연을 가져다줄 2024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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