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그리고 졸업
졸업은 한 과정이나 단계를 마치고 벗어나는 일이다.
졸업은 굳이 학교에서만 가능한 일이 아니다.
우리는 매일 어떤 행동을 끝내고, 어떤 태도를 멈춘다.
지질한 모습에서 졸업할 수도 있고, 빙퉁그러졌던 사고방식에서도 졸업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졸업이 단순한 끝맺음이 아니라, 어제와는 다른 나로 한 번 더 태어나는 일이라는 점이다.
내가 오늘 졸업한 것은 반려견 라울이의 글을 마무리했다는 사실이다.
‘언젠가 책으로 내고 싶다’는 바람은 몇 년 전부터 마음 한편에 조용히 놓여 있었다.
버킷리스트에도 늘 한 줄을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한때, 글만 쓰면 책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출간이라는 세계는 생각보다 복잡했다.
글은 그 과정에서 ‘전부’가 아니라 ‘일부’에 불과했다.
글이 책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관문을 지난다.
하나의 주제로 일관되게 써야 하고,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이 필요하다.
책이 하나의 건축물이라면 목차는 설계도와 같다.
구조가 흔들리면 아무리 진심이 담겨 있어도 독자는 길을 잃는다.
분량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 기준의 ‘적당함’에서 멈추고 싶을 때가 많았지만, 책은 그 이상을 요구했다.
더 이상 쓸 것이 없다고 느낄 때에도 결국 한 줄을 더 써야 했다.
돌아보면 배운 것은 단순하다.
감정이 끌리는 대로 쏟아낸 글과, 끝까지 책임지고 다듬은 글은 다르다.
쓰는 일과 만드는 일은 닮아 있지만 같지 않았다.
그 차이를 배우는 동안 몇 번이나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럼에도 방학 동안 쌓인 시간은 결국 한 권의 형태로 남았다.
이번 주부터 개강이다.
글에 욕심을 내기 어려운 시간이 다시 시작되겠지만, 적어도 나는 오늘 한 가지를 졸업한다.
오래된 숙제였던 ‘라울의 책’을, 전자책과 종이책으로 마무리했다.
마음속에서 몇 번이나 미루었던 약속을, 드디어 졸업하게 된 것이다.
아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홀가분하다.
겨울을 졸업해야 봄을 맞듯, 나는 이제 다음 계절을 준비하려 한다.
‘나는 너를 품기로 했다’를 마무리하고, ‘그와 그녀’의 새로운 이야기를 천천히 시작할 것이다.
서두르지 않고, 나의 속도로 말이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분명 다르다.
조금은 더 단단해졌고, 조금은 더 나를 믿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