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살들아,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이다

다시 다이어트

by 소담

봄이 오면 늘 다시 시작하는 것이 있다.
바로 다이어트다.


겨우내 포동포동 차오른 살을 보면, 봄이 오기 전에 단숨에 빼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못내 아쉽지만 올 겨울을 기약하며 내 살들을 떠나보내야 한다.


작년 이맘때쯤이었다.
친구에게 이제 슬슬 살을 빼야 할 시기가 왔다고 말했더니, 왜 굳이 살을 빼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살이 쪄 있으면 입을 수 있는 옷이 몇 벌 안 되잖아.”

그러자 친구가 말했다.

“지금 몸에 맞는 큰 사이즈의 옷을 사면 되지. 왜 네 몸을 옷 사이즈에 맞추려고 해?”


나에게는 꽤 낯선 발상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늘 몸을 옷에 맞추려고만 했지, 옷을 몸에 맞춰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물론 더 살이 찌지 않겠다는 나름의 다짐도 있었다.
몇십 년 동안 비슷한 몸무게를 유지해 왔고, 옷들도 대부분 그 비슷한 사이즈다.


생각해 보니 살이 조금 불어나도 일부러 큰 옷을 사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몸보다 다짐을 더 믿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올봄에도 나는 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새로운 각오와 큰 다짐으로.

(다짐을 해보는 이순간에도 '하기 싫다'는 감정이 불쑥불쑥 비집고 나온다. 겨울 동안 불어난 2~3kg을 빼야 하는 건 여전히 곤욕이다. )


여러 번의 다이어트를 거치며 한 가지 분명히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운동만으로는 절대 살이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식단조절이 함께 가야 한다.
건강한 식단으로 조금씩 줄이고, 잘 자고 잘 쉬어야 한다.


물론 잘 자고 잘 쉬는 것이 다이어트와 직접적인 상관은 없겠지만, 맛있는 것을 마음껏 먹지 못하는 나 자신을 위한 작은 보상 같은 것이다.

그래도 세상에 많고 많은 음식들을 조금씩 줄여야 한다는 건, 생각보다 슬픈 일이다.


생각해 보면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몸만이 아니다.
하고 싶지만 미뤄야 하는 것들, 잠시 내려놓아야 하는 것들도 있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도, 가족들을 위해 요리를 하고 싶은 마음도 때로는 접어 두어야 한다.


프리맥 원리라고 했던가.
하고 싶은 것보다 해야 할 일을 먼저 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을 때 하는 건, 해야 할 일을 해낸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하면 그나마 해야할 일도 참고 할만 하다.


먼저 가장 큰 개구리를 찾아 제대로 먹기.
그리고 작은 개구리들을 하나씩 먹어치우기.

그러다 보면 오늘의 개구리 먹기도 성공할 수 있다.

(정말 개구리를 먹어치우는 끔찍한 상상을 하지 않길 바란다. 그저 마크 트웨인이 말한 '개구리 먹기(Eat the Frog)'를 이야기한 것이다.)


다이어트도, 공부도 결국은 같은 일이다.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하기 싫고, 미루었던 일을 해내는 것.

그래서 오늘 나는 다시 시작한다.

정말 하기 싫은 일, 바로 내 살들을 떠나보내기.


우리의 삶도 다시 시작하는 일들의 반복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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