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남기고, 전하고, 없애야 할까. 그리고 그런게 대체 있기는 할까.
몇 개월 전만 해도 밝은 목소리로 통화하던 사람이 순식간에 한 줌의 재가 되는 것을 봤다.
고인과 나와의 관계에서 내가 얼마만큼 슬퍼하는 게 적당한지,
그런 게 있긴 한 건지 잘 모르겠지만 참 허망하고, 허무하고, 슬펐다.
떠나는 순간까지 고인은 본인이 얼마만큼 죽음에 다다랐는지 모르셨을 테다.
그걸 보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당장 내일 떠날 수도 있는 인생에서 나는 어떤 정리를 해나가야 할까.
뭘 남기고, 전하고, 없애야 할까.
그리고 그런 게 대체 있기는 할까.
한 번 찬찬히 생각해보고 싶었다.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고마움'.
나는 그리 좋은 딸도 동생도 아내도 엄마도 아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나이가 들수록 가족이 참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들에게 그저 내 곁에 존재해 줘서 고마웠다고 전하고 싶었다.
최대한 담백하게.
그리고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거면 충분하다 싶다.
내 생을 정리해야 할 시점을 과연 누가 알 수 있을까. 어쩌면 늘 오늘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정작 그 순간에 후회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일상에서 항상 고마움을 표현한다는 것. 경상도 출신으로서 참으로 낯간지럽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서 늦춰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표현하지 못했던 것이 참 속상하고 아쉽겠구나, 싶어서. 한 번 더 만나지 못하고 연락하지 못했던 것이 얼마나 절절하게 가슴 아플까.
쉽지는 않겠지만 지금부터라도 매일매일을 정리해야겠다.
고마운 건 고마웠다고, 늘 사랑한다고,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소중한 이들을 더욱 더 사랑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