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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담 Nov 29. 2018

아름다움은 마법의 총알이 아니다

03.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오늘 아침에는 러네이 엥겔른 저자의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라는 책을 읽었다. 3시간 25분만에 완독을 하긴 했지만 읽는 내내 나의 어린 시절 모습이 떠올라 울컥해지는 마음을 다스려가며 읽어나간 책이다.


이 책은 외모강박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미디어에서 제시되는 완벽한 여성의 모습에 이르기 위해 자신의 얼굴과 몸을 혐오하게 된 여성부터 가족의 압박으로 인해 끝없이 자신을 한계로 몰아넣는 여성까지.


나 또한 외모강박을 심하게 겪었던 사람인지라 더 많이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주변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내 외모를 비하하는 말처럼 느꼈었고 더 하얘지고 더 날씬해지기 위해 의미 없는 투쟁을 치르곤 했었으니까 말이다.


화장을 잘하기 위해 뷰티 유튜브 대부분을 구독 했고 어떻게 하면 내 몸의 결점을 숨길 수 있을까 생각하며 내게 어울리는 패션을 연구했었다. 스타킹을 신으면서 다리가 두꺼워 보이지는 않을까 걱정했고 가뜩이나 키가 작은데 다리가 더 짧아보이지는 않을까 신경썼다.


즉 거울 앞에 보이는 내 모습, 남이 보는 내 모습을 신경쓰느라 나의 몸을 존중하지 않았다. 오로지 내게 중요했던 건 아름다움이었을 뿐이다.


우리의 생각이 거울 앞에 붙잡혀 있으면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진심으로 지지할 수 없게 된다. 우리는 아름다움이 아닌 우리가 중요시하는 것들을 위해 정신적 여유를 다시 확보해야 한다.



외모로만 나의 존재 가치를 평가하는데서 벗어나기까지 대략 6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아름다움 대신 나에게 더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지금은 알고있다. 


이 책을 읽고 가장 놀랐던 것 중의 하나는 "당신은 당신 나름대로 아름다워요."라는 말이 외모강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또한 외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수용하기 어려웠으나 깊게 생각하고 나니 이 말이 맞다는 걸 깨달았다. 어쨌든 핵심 가치가 아름다움으로 점철되기에 겉으로 드러나는 걸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수준에서 이런 이미지를 약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이미지에 몰두하는 횟수를 제한하는 것이다. 독소가 이미 몸에 침투하고 나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소비하는 대상을 바꿔야 한다. 당신의 관심은 매우 가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좀 더 가치 있는 무언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름다움보다 더 가치 있는 것으로 시선을 돌리게끔 하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열쇠였음을 알게 되었다.


외모강박증은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선을 갖게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외모에 대해서도 부정적 평가를 하게 만든다.

나를 존중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을 존중할 수 없다는 말과 같다. 이 글을 읽으면서 외모강박을 겪었던 나조차 정말 많이 다른 사람들의 외모를 평가해 왔었다는 걸 깨달으면서 너무나 반성하게 되었다.


말에는 무게와 의미가 있다. 때로 말은 우리의 상상보다 더 큰 힘을 가졌다. 당신의 말을 통해 여성을 대상이 아닌, 세계를 바꿀 준비가 되어 있는, 능력 있는 인간으로 보는 문화의 흐름을 만들자.

외모를 평가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겠다.


우리가 인간의 아름다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향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기 때문에 건강하지 못한 이상적인 미를 거부하는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춘 이미지와 주제를 제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아름다움을 완전히 회피하자는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들 뒤에 아름다움을 놓자는 것이다. 아름다움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잠깐 시간을 내서 목록을 만들어보자. 당신은 내면 깊숙이에서 아름다움보다 중요한 가치를 수없이 찾아내고 깜짝 놀랄 것이다.

아름다움을 제자리에 놓는 것은 일련의 선택을 연습하는 것이다. 외모 강박의 파도에 아무 생각 없이 몸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을 밀어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또한 아름다움을 의식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곳으로 헤엄쳐 나가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그곳은 아름다움에 대한 압박이 작은 물방울 소리처럼 들리는 곳이어야 한다.


솔직하게 말하면 쿨하게 다른 사람들에게 비춰지는 나의 모습을 절대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곤 생각치 않는다. 외모강박이 많이 줄어든 요즘에도 가끔 예전으로 돌아가려는 습성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름다움보다 더 중요한 가치에 집중해나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은 할 것이다.


아름다움은 마법의 총알이 아니다.


글 그대로 아름다움은 마법의 총알이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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