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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담 Oct 20. 2018

꿈에 대한 정의

어릴 때부터 내가 되고 싶었던 꿈을 나열해보았다.


1. 피아노 선생님

2. 사진 작가

3. 영어 강사

4. 외교관

5. 통역가


나의 꿈은 문장이 아닌 단어였다. 그것도 온통 직업과 관련된 단어. 나는 20대 초반까지도 꿈=직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 직업이 왜 되고 싶은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멋있어서, 재밌어 보여서, 그나마 영어를 좋아하니까.'가 전부였다.


이 직업들에 대한 환상만 품은 채 미션을 깨듯 필요한 것들을 하나 둘씩 빠르게 이뤄나갔다. 주변을 둘러보거나 직업에 대한 정보를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은채.

그러니 이 꿈 중 하나를 직업으로 갖게 됐는데도 행복하지 않았다. 꿈을 이뤘음에도 즐겁지 않으니 너무 괴로웠다. 물론 돈 버는 게 힘들다지만 내겐 그 차원을 넘어선 문제였다.


그 이후 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한동안 생각나지 않았다. 내가 나를 모른 채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싶은지 모른 채 세상을 알려하니 질 수밖에 없었다. 꿈=직업이라는 이 공식이 맞는 공식인지조차 의문이 들었다.




꿈의 정의에 대해서 한참을 고민하다 난 하나의 결론에 이르렀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김새, 생활 방식, 그리고 생각이 다양하듯 꿈에 대한 정의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추상적인 '꿈'이란 단어에 단 하나의 완벽한 정의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내 결론이었다. 누군가에게는 꿈이 직업일수도, 누구에게는 꿈이 너무 막연하게 느껴져 없을수도, 누구에게는 꿈이 자신의 희망일수도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럼 내게 꿈이란 뭘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나에게 맞는 정의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나만의 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앞으로를 더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기에.

고민 끝에 내게 '꿈이란 어떠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를 나타내주는 지표'라는 생각을 했다. 되고싶은 사람, 되어야만 하는 사람 말고 어떤 인생을 살아가고 싶은지를 보여주는 표지판 말이다.

calligraphy by 소담한 하루


웃음이 많고 따뜻한 인생을 사는 사람

나만의 확고한 기준을 가지고 나만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사람

나와 다른 사람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

순간의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사람

어제보다 한 뼘 더 성장하는 삶을 사는 사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사람


다시 적어본 꿈 목록. 진짜 내 꿈을 알아가기 위해 고민했던 지난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나만의 기준을 갖는 것이 진짜 어려운 과정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와 더불어 참 행복한 과정임을 또한 알 수 있었다.

이 꿈 목록을 적은 직후부터 나는 이런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기 위해 하루 하루 충실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노력할 예정이다. 나로서 살아가기 위해서. 사랑하고 배려하며 성장해 나가는 행복을 알아나가는 삶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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