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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담 Oct 19. 2018

두 가지 질문

"나는 어떤 사람인가?"와 "나는 어떤 사람이여야만 하는가?"라는 두 질문은 비슷해보이나 완전히 다른 맥락을 담고 있다. 나는 인생을 살면서 대부분의 시간 동안 두 번째 질문에 초점을 맞춰왔다.


나는 어떤사람이여야만 하는가?


어른스러워야 한다, 힘들어도 남들 앞에서 울지 말아야 한다, 기분이 좋지 않아도 웃어야 한다, 어른한테 의견을 함부로 말해선 안 된다,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 착해야 한다, 돈을 잘 벌어서 안정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나는 이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마음은 어떤지, 내가 진짜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지 않았다. 학생 때는 대학을 가야 해서 공부를 했고 공부를 잘하기 위한 방법만 연구했다. 이런 고민은 좋은 대학을 가야만 했던 내게 쓸모없는 시간 낭비처럼 여겨졌다. 그러다 보니 어떤 과를 가야할 지도 몰라 선생님이 추천하신 과를 지원했다.


내가 주도적으로 이끄는 삶이 아닌 남들에게 이끌려 가는 삶. 이러한 삶의 결과는 역시 좋지 않았다.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채 가게 된 과는 나의 관심분야와 전혀 맞지 않았다. 그렇다고 전과를 할 용기도 없었다. 또 다시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다. 그래서 두 개의 전공을 들었고 '나는 뭘 하고 싶은 거지?'라는 걱정스런 물음만 가득한 채 졸업을 했다.


이 상태로 겪게 된 사회 생활은 생각 이상으로 힘들었다. 내 감정, 내 마음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의 감정까지 헤아려야 했고 일도 잘해내야 했다. 돈을 버는 것이 힘들기보다 내 인생의 일부분을 주체적으로 살아내지 못하는 것이 힘들었다.


처음에는 사회 탓, 부모님 탓, 그리고 환경 탓을 했다. 하지만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렇게 살아온 건 어쨌든 내 자신이었으니까. 내 책임을 인정하려 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첫 번째 질문으로 내 시선을 돌렸다.  나를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직업, 학위, 경력을 다 제외하고 온전히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려 했다.


에너지가 안쪽으로 향하는 사람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

책을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은 사람

예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

소통을 좋아하는 사람


찬찬히 내가 생각하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 적어내려 갔고 총 6가지의 나의 모습을 알 수 있었다.


하루를 밖에서 놀면 다음날은 무조건 책을 읽거나 노래를 들으며 쉬고 싶어 하는 내향적인 사람, 새롭고 특이한 제품만 보면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 예술에 재능이 없다 생각했지만 관심도 많고 재능도 있는 사람. 먹을 걸 좋아해서 맛집을 알아보는 걸 즐기는 사람, 글을 쓰고 대화를 하는 등의 소통을 좋아하는 사람.  

하나 둘씩 적어 내려가면서 '그래, 나는 이런 사람이었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불안감이 밀려왔다. '내가 생각하는 내 자신과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내 모습이 다르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과연 내가 나에 대해 하는 생각이 맞을까?라는 고민 또한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눈을 감고 내 마음에 집중했다. 그 때 문득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꼭 맞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여기서마저 정답이 필요할까? 내가 생각하는 나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이 다르면 안 되는 걸까?'


인생에도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기에 내가 나에 대해 하는 생각에도 정답이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착각이었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고 내가 나를 알아가는 과정에도 맞고 틀림은 없었다. 이런 나와 저런 나 즉 여러가지 나의 모습들만 있을 뿐이었다.

calligraphy by 소담한 하루

아마 시간이 흐르면 내가 나에 대해 하는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 나이를 먹고 경험도 더 쌓이니까. 하지만 달라지는 것 뿐 틀렸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그렇기에 변하지 않아야 하는 건 나를 향한 지속적인 따뜻한 관심의 시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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