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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담 Oct 21. 2018

규정 짓지 않기

나는 예전부터 내 성향을 규정지으며 살아왔다.


자존감이 낮고 예민하며 불안감이 많음. 눈물이 많고 감정기복이 심함. 성실하고 책임감이 높으며 끈기가 있음.


어릴 때부터 주변에서 '너는 이런 것 같아.'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오면서 '아 나는 그렇구나.'라며 생각하고 살아왔다. 남들이 내게 하는 평가를 과도하게 신경쓰다 보니 결국 내가 나를 저렇게만 생각하게 돼버렸다.


나는 진짜 내 자신을 사회가 만들어낸 나의 모습 뒤에 가린채 살아왔다. 그리고 나조차도 저 기준에만 충실히 맞춰서 살아가려고 했다. 조금만 불안해해도 '왜 나는 이렇게 불안감이 높을까?'라며 자책했고, 책임을 지고 싶어하지 않는 모습을 보일 때는 '넌 책임감이 큰 편이잖아. 정신차려!'라며 나를 혼내기도 했다.


다르게 행동하고 싶어도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눈치 보며 마음을 접었다. 내가 스스로 결정하기보다 남들의 시선이 향하는 범위 내에서 행동했다.


과연 행복했을까? 항상 불행한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불행했다. 어찌 보면 주변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당연한 건데 나는 그걸 몰랐다.




내 마음을 공부하는 걸 시작하고 나로서 살아가는 걸 시작하면서 알게 되었다. 내가 나와 친하지 않았다는 걸, 자책하고 혼내기만 하려 했지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거나 응원을 해주는 것 조차도 망설였다는 걸 말이다.


주변에서 너는 A한 것 같아라고 말한다고 해서 내 본질을 '아 나는 A한 사람이구나'라고 규정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날 그렇게 생각해도 '아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라며 넘기면 됐던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게 쉽진 않다. 불안해할 때마다 게으르려고 할 때마다 아직도 타이르려고 하는 내가 나오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연습했다. 내가 나랑 친해지는 연습.


불안해 할 때는 "지금 불안하구나, 그래 불안해 할 수 있지. 불안감이 높아서 그런게 아니라 그냥 지금 잠깐 불안해하는 것 뿐이야 괜찮아."라며 거울을 보고 이야기했다. 자존감이 낮다고 생각이 들 때는 '자존감을 높다 낮다로 규정할 수 있을까? 그냥 오늘 잠깐 네가 너 자신에게 속상함을 느꼈던 건 아닐까?'라며 눈을 감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calligraphy by 소담한 하루

나는 그냥 나였다. 불안감이 많다, 자존감이 낮다, 책임감이 세다라는 문장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나.

나는 나일뿐이라는 걸 인정하는 연습,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에 매몰되어 그걸로 나를 평가할 것이 아니라 상황과 감정 그리고 내 자신을 분리해서 바라보는 연습. 다른 사람들의 말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연습. 변화해나가는 나를 인정하는 연습.

지금 이 연습을 나는 해나가고 있다. 어렵기도 하고 아직 시행착오도 많지만 이 연습을 해나가면서 나는 나를 조금은 더 사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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