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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담 Oct 22. 2018

상처와 마주한다는 것

내 안의 상처와 마주하는 느낌은 어떨까?


나는 내 상처 마주보는 것을 계속 회피하며 살아왔다. 너무나도 아팠던 상처라 마주보면 또 마음에 상처가 날 것 같았다.


하지만 상처를 무시하면 할수록 상처의 크기는 더 커져만 갔다. 상처를 잊고 살아가려 노력했는데  왜 계속 아픈건지 의문이 들었다. 부메랑처럼 계속 돌아와서 내 마음을 할퀴고 가는 상황이 반복될수록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던 어느 날 도서관에서 한 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 정여울 작가님의 <그 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이라는 책. 왠지 모르는 이끌림에 책을 집어 들어 첫 장을 펼치고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계속 울컥하는 마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작가님의 글에 너무나 많은 위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읽은 책들은 상처를 잊고 살아가라고 했는데 처음으로 이 작가님만큼은 상처와 마주해보라고 말씀해주셨다. 힘들지만 하고 나면 오히려 자유로워질거라며 토닥여주시는 느낌이었다.

사실 이 책을 읽고도 바로 내 상처들과 대면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지금 하지 않으면 계속 인생의 피해자로 살아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하나 둘씩 적어내려갔고 힘들었지만 하나 하나 마주하기 시작했다.

못생겼다고 놀림받았던 중학생의 나,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했던 나, 내게 함부로 말하던 사람들로 인해 상처받았던 나, 직장을 다니며 힘들었던 나. 아버지에게 상처받았던


못생겼다고 놀림받았던 그 때의 내게는 너의 존재 자체로 소중하다고 말해줬다.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했던 나에게는 더 좋은 친구들이 생긴다며 걱정말라고 말해줬다. 이렇게 누군가가 나에게 해줬으면 하는 말들을 내가 해주고나니 상처에 얽매이기보다 조금은 자유로워졌다.


거울을 보며 내 외모의 부족한 점을 찾기보다 미소를 지어줄 수 있었고, 나에게 상처줬다고 생각한 사람들을 용서할 수 있었고, 나 또한 내가 상처줬던 사람들에게 용서를 빌 수 있었다.


몸에 상처가 나면 연고를 바르거나 밴드를 붙이는 것처럼 마음의 상처 또한 돌봐야 한다. 또한 나는 내 인생의 책임자니까 다른 사람들의 말이 쉽게 내 마음에 뿌리내려 잡초가 되지 않도록 마음의 정원을 깨끗하게 관리해야 한다.


나는 피해자가 아닌 내 인생의 주체자로 살아가야 하니까. 나로서 살아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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