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담 Jan 07. 2019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대단한 뭔가를 하게 되지

09. 당신은 지루함이 필요하다

어렸을 때의 나는 미끄럼틀에 누워 하늘만 바라봐도 행복함을 느끼는 아이였다. 보상이 따르지 않는 사소한 일이었음에도 그 때의 나는 나에게만 집중하는 지루함의 순간이 주는 기쁨을 알고 있었다.​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 이 시간은 점점 나이를 먹을수록 줄어들었다. 나 자신 이외에도 신경써야 할 것은 너무나 많았고 그 속에서 나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났으니까. 이 지루함을 회피하다 보니 나는 내 마음의 소리를 경청할 수 없었고 남들이 제시한 기준에 맞게 행동하는 데만 신경을 썼다.​ 늘 뭔가를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거라고 여겼다. 뭘 해야 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는 모른 채 그저 바쁘게 하루를 굴려가는데만 집착했다. 세상의 성공 기준과 가치만을 따르려고 애썼다. 인생의 중심은 나임에도 나는 그 중심에서 한참이나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이 상황에 몇 년간 노출되다 보니 나는 결국 나를 잃고 말았다. 무력감과 우울감이 덮쳐 그 어떤 것도 제대로 해낼 수 없을만큼 지쳐버렸다. 무서웠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데 계속 이렇게 살아야 될까봐. 내 마음은 사이렌을 울리고 있었다. 더 늦기 전에 잠시 멈추고 자신을 봐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지금 내 마음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려 노력했다. 눈을 감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보기도 하고 유도 명상을 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좀이 쑤셔서 5분이 채 되기도 전에 몸을 움직였고 유도 명상을 하다가 중도 포기하고 다른 영상을 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일주일에 1-2번씩은 꼭 이를 진행했다. 다행히 이 습관이 쌓이다보니 집중하는 게 조금씩 쉬워졌고 마음도 챙길 수 있었다. 마음이 편안해지니 순간의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되었고 내가 가고 싶은 길이 어떤 길인지가 조금은 더 명확해졌다.​



이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이 책의 내용은 더 공감이 갔다. 처음에 제목만 보고는 지루함의 의미가 무엇인지 몰랐는데 다 읽고나니 나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여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가리키는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지루함의 순간을 누린 덕분에 다시금 '나'를 되찾을 수 있었던만큼 앞으로는 더 자주 지루함의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이 시간이 모이면 앞으로 어떤 흔들림이 찾아와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테니까.


artwork by 소담한 하루
작가의 이전글 감사는 삶을 바꿔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