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내겐 800만원가량의 적금과 300만원가량의 퇴직금이 남았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만 둔 상황이었기에 이 돈을 최대한 아끼며 살아가야 했다. 1년의 휴식 기간동안.
미용비, 외식비와 같이 지금 당장 내게 필요하지 않은 비용 지출을 줄였고 한 달마다 사용가능 액수를 정해놓기도 했다. 이러지 않으면 1년이 되기도 전에 다 써버리는 불참사가 일어날수도 있었으니까.
최대한 지출을 줄이고 줄이는 상황 속에서도 오히려 더 돈을 쓴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기부금이다. 적은 금액이긴 하지만 내게 들어올 돈이 없다고 해서 기부를 멈추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조금은 망설이기도 했다. 그러나 누군가를 도움으로써 얻는 행복이 그 돈을 아껴서 얻는 행복보다 크다는 걸 느끼고 있었기에 망설임은 쉽게 접을 수 있었다.
당연시 누리고 있던 그리고 가지고 있던 것 중에 일부를 나누는 행동은 내 인생에 대한 시선을 달라지게 했다. 그동안 참 많은 불평을 하고 있었다는 걸 감사할 줄 몰랐다는 걸 깨닫게 해줬다. 내가 어려운 분들을 돕는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분들 또한 나를 돕고 있었다. 이런 게 이기적 이타주의자의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일시적으로라도 더 자주 내가 가진 걸 나누며 살아가려고 한다. 나로서 살아간다는 건 나만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내 주변 또한 더불어 생각하는 것이므로. 이 경험은 평생의 자산으로 내 마음 한 편에 자리잡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