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경험으로 인생을 채우실 건가요?
여러분에게 흰 캔버스가 주어졌다고 가정해볼게요. 여러 물감이 옆에 놓여 있고 붓으로 마음대로 칠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아마 망치는 게 두려워서 아예 칠하지 않는 분들도 계실 거고 이것저것 다 칠해보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한 번 대상을 바꿔서 생각해볼게요. 캔버스가 인생, 물감이 경험이라면 어떤 경험으로 여러분의 인생을 채우실 건가요?
저는 제 캔버스를 5분의 1도 채우지 않은 채 살아왔습니다. 겁이 많아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걸 내켜 하지 않았거든요. 변화는 늘 무서움의 대상이었죠. 고등학생 때는 '대학생만 되면 많은 걸 하며 살아야지.'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대학생이 돼서도 여전했죠. 두려우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합리화하면서요. 제 생각의 전환을 일으켰던 두 사건을 만나기 전까지 말입니다.
23살 때 3개월간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갔었습니다. 이 연수도 갈까 말까 많이 고민했어요. 같은 과 친구들이 아무도 같이 가지 않았거든요. 부모님께서 경험도 쌓을 겸 가보라며 돈을 내주셔서 결국 가게 됐죠. 복에 겨운 소리일 수 있겠지만 이 좋은 기회를 망설일 만큼 겁이 많았답니다.
다행히 같이 간 다른 과 애들과 친해지게 되었고 한 아이의 주도로 저희는 여행을 자주 가게 됐죠. 밴프에 있는 로키산맥을 가고 빅토리아 아일랜드에도 가고 미국 시애틀도 갔습니다. 여행을 가본 적이 별로 없어서 가기 전부터 무슨 일이 일어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했었어요. 그런 제게 친구가 그러더군요. "걱정만 하면 아무 데도 못 가. 무서워도 일단 가고 보는 거지. 나도 무서운데 가는 거야."라고 말이죠. 그 말이 제 뇌리에 박혔어요. 이집트, 미국, 볼리비아 등 여러 곳을 다녔던 친구인 만큼 새로운 곳을 가는 것에 대한 불안이 전혀 없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무서우면 하지 않아야 하는 줄만 알았는데 무서워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여기까지 와놓고 평범하게 공부만 하다가 가느냐 아니면 여러 곳을 체험해 보느냐. 이 두 조건 가운데 친구의 말 덕분에 후자를 고르게 됐고 정말 많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어요.
달달 거리는 조그만 경비행기를 타보기도 했고, 눈이 엄청나게 쌓인 로키산맥 정상에서 사진도 찍어보고, 비행기 시간이 달라 혼자서 미국을 가기도 했어요. 혼자 미국을 가야 할 때는 무서워서 덜덜 떨었습니다. 다행히 운이 따라준 건지 항공사를 못 찾고 있을 때 도움을 요청한 분이 마침 그 항공사의 직원분이었어요. 엄격하다고 알려진 미국 입국 심사에서도 질문을 딱 한 개만 받고 통과할 수 있었고요. 나중에 물어보니 친구들은 질문을 엄청 많이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무섭다고 포기했다면 겪지 못했을 신기한 일들이죠. 이 경험 덕분에 더는 여행을 가는 걸 망설이지 않게 됐답니다.
두 번째 사건은 작년 7월 베트남으로 휴가를 갔을 때입니다. 숙소 앞에 세계 10대 해변 중의 하나인 미케 비치가 있었어요. 둘러보다가 이곳에서 패러세일링을 한다는 걸 알게 됐죠. 재밌어 보여서 남자친구에게 해보자고 하긴 했지만 하려니 또 겁이 나기 시작하더군요. 계속할까 말까 고민하는 저를 보며 남자친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안 탈 거야? 나는 안 타면 되게 후회할 것 같은데."라고요. 저 때문에 남자친구가 후회하게 만들긴 싫어서 돈을 내고 타기로 했어요. 놀이기구도 무서워서 잘 못 타는 제겐 정말 큰 도전이었죠.
저희 앞에 미리 대기하셨던 분들이 타고 있는 동안 낙하산을 메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물에 젖은 축축한 낙하산을 멜 때는 괜히 심장이 두근두근하더군요. 드디어 저희 차례가 되었고 직원분께서 영어로 힘차게 달리라고 외치셨어요. 남자친구가 "괜찮으니까 뛰어!"라고 말해주는 순간 제 다리는 자연스레 움직였답니다. 붕 하고 몸이 떠올랐어요. 질끈 감은 눈을 조심스레 뜨고 나서 주변을 둘러봤죠. 몸에 닿는 바람은 시원하고 하늘과 바다는 반짝반짝 빛나는 동시에 새파랗고. 위에서 둘러보는 풍경은 절경이었습니다. 가끔 직원분께서 물에 빠뜨릴 때는 놀라기도 했지만, 몸을 적시는 시원함에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2분이라는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너무나 멋진 순간이었어요. 마치자마자 서로의 얼굴을 보며 하길 잘했다는 말을 내뱉었죠. 남자친구가 나중에 말하기를 자기도 무서웠는데 용기를 낸 거라고 하더군요. 무서워도 일단 해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고 그 도전의 결과가 괜찮을 수도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답니다.
이를 겪고 나서 저는 직접 경험의 가치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알게 됐습니다. 더는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고 일단 해보자는 정신을 몸소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또한 그때의 추억 덕분에 인생의 한순간이 아름다운 그림으로 남아있게 됐고 글감이 되어 이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기도 하고요. 빈 곳이 많던 캔버스가 조금씩 채워지면서 인생이 더 다채로워진 거죠. 여러분은 여러분의 캔버스를 어떻게 하실 건가요? 캔버스를 채울지 말지는 인생을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달려있답니다. 만약 캔버스를 채우고 싶지만 망설이고 계신다면 채워봐도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직접 경험을 하고 얻을 수 있는 가치는 그 어떤 보석, 보물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값진 것이니까요. 우리 함께 멋지게 채워나가 볼까요?
내일은 티라노 작가님께서 영어 콤플렉스 극복기에 대한 글을 공유해주실 예정입니다. 꿀팁들이 넘쳐나는 글이니 기대해주셔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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