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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라노 Jan 24. 2019

나의 영어 콤플렉스 극복기

BTS RM처럼 멋지게 영어 하는 그날을 기다리며!



태어나서 부모님께 많은 불효를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죄송한 건, 영어공부를 하느라 검소하게 하루하루 사시는 부모님의 돈을 지나치게 많이 써버렸다는 것입니다. 만원, 이만 원 하는 물건을 살 때도 한참 고민하시는 엄마가 영어공부를 하겠다고 하면 [엄카](엄마카드)를 척척 내어주셨거든요. 어렸을 때는 재능 영어, 대학교에 가서는 해X스 어학원이나, 파X다 어학원을 다니며 돈을 썼습니다. 그런데도 전 아직 영어에 자신이 없고,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 드라마로 영어를 공부했다는 BTS의 RM 만큼 유창하게 영어를 잘하지 못하거든요. (프렌즈로 공부를 했다는 데, 저도 프렌즈뿐만 아니라 많은 미국 드라마랑 영화를 봤는데 왜 다를까요?)


[BTS RM의 UN 영어 연설]

https://www.youtube.com/watch?v=VJtxJ0s82kk




어렸을 때는 영어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것도 좋아했는데, 수능 과목 중에서도 영어와 윤리를 제일 좋아했는데 왜 이렇게 영어 공부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영어에 자신이 없어진 걸까요? 아마도 이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합니다.  


1. 주눅이 들어서 입이 떨어지지 않음:

대한민국에 참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비교당하는 것이 두렵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저는 외국어고등학교에 다니다가 영문과에 진학했거든요. 그래서인지 주변에 외국에서 오래 살다온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 친구들과 같이 공부해 보니 아무리 열심히 해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영역이 있더라고요. 특히 발음과 자연스러운 small talk, 미묘한 뉘앙스의 이해 같은 부분이요. 학부시절에 영국 주재원인 아버지 슬하에서 영국에서 중학교를 다니다 온 동기의 정제된 Posh accent를 보고 굉장히 부러워했던 기억이 나요. 저는 토종 한국인이라 입을 떼면 바로 티가 났어요. 그래서 전공수업 중 <강독> 수업이나 <영어연극> 과목을 들으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죠.


https://www.youtube.com/watch?v=Nj0Rh__1kDw   (영국식 Posh accent는 이런 느낌입니다!)


2. 영어 인터뷰로 받은 마음의 상처:

외국어고등학교, 영어영문학과, 교환학생, 뭐 이런 경력이 쌓이다 보니 변호사가 된 이후에도 외국계 기업에 면접을 보러 가거나, 국내 글로벌 기업의 해외업무 분야에 면접을 보러 가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외국에서 외국인과 영어면접을 보는 것도 물론 떨리지만, 전 한국인과 보는 영어면접이 더 부담스럽더라고요. 외국인 면접관과 영어면접을 보는 경우에는 대화의 흐름이 자연스러운데, 한국인과 진행하는 영어면접은 더 "평가받는다"는 느낌이 강한 것 같아요. 특히 발음과 표현이요. 그래서인지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외국인과 면접을 봤던 영어면접 후에는 외국기관(인턴)과 글로벌 기업의 해외업무 분야(정규직) 면접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채용까지 연결되었는데, 한국인 면접관과 진행했던 영어면접은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아마 좀 더 긴장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기억을 살려서 복기해 볼게요.




S기업 면접 일부 발췌 (외국인 면접관, 영어면접)  (편의를 위해 번역할게요)

문: 부하직원이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회사 규정을 어겼다면, 팀장으로서 어떻게 조치할 생각인가요?

답: 법을 어겼다거나, 그에 준하는 심각한 규정 위반이면 징계를 하겠지만, 아니라면 처음엔 경고 정도 할 것 같아요. 동기가 나쁜 건 아니었고, 몰라서 그랬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문: 혼자 일하는 게 좋아요, 팀이 함께 일하는 프로젝트형 직무가 좋아요?

답: 팀이 함께 일하는 프로젝트성 직무를 더 선호해요. 주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좀 더 책임감 있게 업무를 수행하게 되더라고요.


H기업 면접 일부 발췌 (한국인 면접관, 한국어/영어면접)

문: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나요?

답: 책을 쓰고, 강의도 하고 싶어요. 의외로 아는 것이 부족해서 정말 힘들게 사는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멘토링이나 학교폭력 예방교육에도 관심이 많아요.

문: 지금 대답을 영어로 해보세요.

답: 아 넵, I would...


외국인 면접관과의 대화가 좀 더 자연스럽게 들리지 않나요? 실제로 한국인 면접관과 영어면접을 할 때, 면접관은 한국어로 말하면서, "자, 그럼 제 질문에 대한 답을 영어로 해보세요. 지금 한 말을 영어로 다시 말해 보세요." 하고 질문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저는 그럴 때 대답하기가 조금 어렵더라고요. 그런 경험이 쌓이니까 '또, 아 내가 영어를 잘 못하나 보다'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3.  사람들의 시선: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영어실력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OO 이는 영어유치원을 다녀서 그런지, 발음이 벌써 다르더라고." "XX랑 얼마 전에 지나가다가 외국인을 만났는데, 외국인이 뭐 물어보는데 XX가 대답 잘 못하더라? 나는 XX가 영어 잘하는 줄 알았는데." 등등의 대화가 심심치 않게 들리거든요. 취업준비생들 멘토링을 하다 보면 TOEIC, OPIC, 토스부터 TOEFL, IELTS까지 다양한 영어시험을 준비하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더라고요. 시험별로 랭크가 나뉘기도 하고, 생각만큼 영어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자신감도 상실되고, 영어를 못 한다는 세간의 평가를 받게 되고요. 이런 시선이 영어공부에는 정말 방해가 되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일지 몰라서" 영어를 공부하고, 영어로 소통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게 되니까요. 저도 사실 그래서 영어수업 때 질문하고 싶었던 것도 참았고, 영어연극 수업 때 맡고 싶었던 배역도 포기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영어의 기쁨과 재미, 더 나아가 성취를 가져다주었던 순간들이 있었답니다. 다시 영어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면 그때의 기억을 살려서 임계점을 돌파할 것 같아요! 간단히, 하지만 신나는 마음으로 소개해 볼게요.


1.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찾는다.

영어의 재미를 새삼 깨닫게 해 준 미드 『왕좌의 게임』 (이미지 출처:http://www.gnn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10759)


미드 <엘리 맥빌>과 <왕좌의 게임>은 저에게 참 특별한 콘텐츠예요. 어렸을 때 봤던 엘리 맥빌은 영어로 말하고 싶다, 보스턴에 살아보고 싶다는 환상을 갖게 해 줬거든요. 주인공들의 대사를 저도 모르게 따라 하게 되었고요. RM도 <프렌즈>로 영어를 공부했다고 하는데, 참 자연스럽게 잘하잖아요. 언어는 학술적으로 어렵게 접근하는 것보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접하고 친숙해지는 것이 실제 실력을 높여주는 데 더 큰 도움이 돼요. <왕좌의 게임>은 너무 재미있어서, 다음 에피소드가 너무 궁금해서 드라마를 보다가 책을 사서 독파한 케이스예요. 저는 제가 그렇게 영어책을 빨리, 잘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꽉 짜인 세계관, 디테일한 인물 묘사,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전개와 깔린 복선의 힘 덕분일까요. 그렇게 한 시리즈를 읽고 나니 '아 내가 영어책을 읽을 능력이 있었구나, 그냥 안 읽고 있었구나'라는 걸 자연스럽게 깨달았어요. 영어 리딩이 해결되어 버렸죠! 그래서 영어공부를 새로 시작하시는 분들께는, 점수 따기용 혹은 커리큘럼에 따른 공부보다는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영어로 즐기시라 말씀 꼭 드리고 싶습니다.


미드 『앨리 맥빌』보스턴 로펌의 이야기예요. 이걸 보고 변호사로서의 삶을 동경하기도 했었죠!


2. 영어를 공부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영어로 무언가를 한다고 생각하자)


영어를 "공부"로 접근하면, 교재, 커리큘럼, 일정 등의 제약이 생깁니다. 저는 점수를 목적으로 하는 영어가 아니면 오히려 그렇게 프로그램을 짜는 게 도움이 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제 영어실력이 비약적으로 늘었을 때는, 대학원에서 "영어 모의중재 대회"에 출전했을 때입니다. 영어를 잘해서가 아니라 인원이 모자라서 구두변론을 해야 하는 orator로 나가게 되었는데요. 그때는 영어를 공부해야겠다는 결심보다는, 좋은 결과를 따서 스펙 한 줄 추가하자는 욕망이 강했던 때였죠. 그래서 대회에서 말할 내용의 script를 수십 번씩 다듬고 외우고 입에 붙였습니다. 이후 중재인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기 위해 QnA도 만들어서 역시 그냥 달달 외웠죠. 툭 치면 자동으로 튀어나올 정도로요. 영어 잘하는 친구에게 읽어달라고 해서 녹음을 해뒀다가 듣고 달달달달 외웠습니다. 그 결과 팀도 8강까지 진출할 수 있었고, 해외에서 10년 이상 살았던 동료도 있었던 팀에서 제가 가장 높은 영어 변론 점수를 받았습니다! (아직도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면 흐뭇해요.)


변론을 기다리며! 작전 회의 중


그리고 또 영어가 늘었다고 느꼈을 때는, 회사에 입사해서 노르웨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터키 등의 해외 클라이언트들과 계약 협상 자리에 던져졌을 때였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해당 프로젝트를 담당하셨던 분들이 나이 지긋하신 부장님들이셔서 영어로 말하는 게 익숙하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해외 클라이언트에게 계약 조건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역할, 사실상의 통역 역할을 제가 맡아야 했습니다. (결과가 안 나오면, 팀 전체가 깨지니까요!) 클라이언트들로부터도 그때 영어 잘한다는 칭찬도 많이 받았고, 계약 협상도 순조롭게 잘 이루어져서 성과 평가도 잘 받았어요. 그래서 영어를 "공부"한다기보다는 어떤 행위를 "영어"로 해야 하는 환경에 던져지는 게 영어실력 향상에는 중요하다는 걸, 꼭 말씀드려 보고 싶었습니다.

 

3.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마세요. (어차피 다 기억 못 한답니다.)

이건 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해요. 전 사람들이 "걔 의외로 영어 못하더라" 이런 말을 다른 사람에게라도 하는 걸 들으면 속으로 혼자 뜨끔했거든요. 제가 없는 자리에서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말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었고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누가 그렇게 말한들 어떻습니까. 제가 영어 더 해서 더 잘하게 되면 되는 거죠. 그리고 의외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도 없고, 얘기해도 쉽게 잊어버립니다. 그래서 저도 다른 사람의 시선 생각을 안 하고 용감하게 영어로 소통하기로 했어요. (영어를 안 하다가 하면, 3인칭 단수 명사 뒤의 동사에 s를 빼먹기도 하고 인칭 대명사를 헷갈리는 초보적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요, 뭐 아무렴 어떤가요. 또 금방 잘하게 되면 되죠!)


일취월장할 여러분의 영어,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내일은 헤븐 작가님께서 "말 습관"에 대한 글을 공유해 주실 예정이에요. 헤븐 작가님의 삶에서 뽑아낸 정수를 나눠주실 예정이니 기대해 주셔도 좋겠습니다. ^^


나이도, 직업도 다양한 7명의 작가들이 써 내려가는 성장 스토리. 매일 오전 8시(주말에는 오전 11시) 발행되는 성장의 비결이 궁금하시다면 매거진 구독을 꾸욱 눌러주세요. 한 뼘 더 성장할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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