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윤회 사슬에서 탈출하자.
'직장인의 윤회 사슬'에서 과연 빠져나올 수 있을까? 지금 걷는 길이 아니라면 대안은 없을까? 자,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패턴에 적응이 되었다고 안주하거나 행복하다고 착각하는 건 아닌지. 불러 주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은 많다고, 옮기면 그뿐이라고 취업 사이트에서 검색어나 주물럭거리거나 틀에 박힌 자기소개서나 끄적거리고 있는 건 아닌지. 입사 담당자가 읽지도 않는 복사/붙여 넣기에 불과한 이력서에 합성한 포토샵 사진 한 장 붙여놓고, 경력사항엔 운전면허증 있다고 14 포인트로 한 줄 써놓고 있지는 않느냐는 말이다.
현 직장에 만족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당신이 만약 감사하여 손이라도 번쩍 든다면 나는 당신에게 ‘브라보’라고, 당신은 선택받은 민족이라고 외칠 것이다. 문제는 나를 포함하여 대다수 간택받지 못한 좌절의 아이콘들의 침묵이다. 정녕 우리가 기댈 곳은 ‘퇴사’라는 글자가 찍힌 종이 한 장뿐인가. 최종 병기쯤으로 여기는 그 종이에 운명을 맡겨야 하나.
직장의 불만족은 보통 ‘급여’, ‘승진’ ‘인정 욕구’ ‘고용 불안’의 형태로 나타난다. 불안은 보통 현재의 상태에서 개선될 기미가 없다. 불안감이 쌓이다 보면 엉뚱한 곳에서 폭발하는 양상을 보인다. 가까운 가족에게 스트레스를 풀어버리는 거다. 대하기 편하니까, 다 받아주니까 이유 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감정 부림의 대상으로 삼는 거다. 그 어느 누구에게도 이 방법은 해결책이 아니다. 고심 끝에 내밀어야 할 퇴사 카드를 시작하자마자 내민다. 미래에 대한 아무런 계획도 없이.
《오리지널스》에서는 불만족스러운 상황을 벗어나는 방법으로 탈출(퇴사)을 문제로 규정한다. 탈출은 자신이 처한 최악의 환경으로부터 벗어나는 장점을 주지만, 다른 직장에서 불만족스러운 현상이 지속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현재 내가 처한 환경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필요하다면 당장의 탈출보다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전략과 포트폴리오를 세우라는 얘기다.
‘투덜이 스머프 라이프’의 종지부를 찍은 것은 글쓰기와 함께 시작되었다. 모든 역사의 중심에는 글쓰기가 서 있다. 프로젝트 이름하여 ‘작가로서 직장 없이 생존하기 혹은 사이드 프로젝트로 인생 2막 열기’. ‘사이드 프로젝트’라는 명칭을 정하긴 했지만, 뭘 해야 할지 몰랐다. ‘사이드 프로젝트’, 우리말로 부업이다. 이것은 일이 아닌 재미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하는 엔진이 된다. 재미도 있고 돈도 벌면 좋겠지만, 경험한 바로는 쉽지 않다. 물론 나는 사이드 프로젝트의 추종자다. 과거에 스타트업을 창업한 것도 사이드 프로젝트의 결과인 셈이었으니까.
내가 깨달은 것이라곤 ‘직장은 전부가 아닌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어쨌든 생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위험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직장에서 쫓겨날지라도 버틸 수 있는 ‘대안 전략’이 꼭 필요하다. 그런 생각은 글을 쓰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야겠다 깨닫기 시작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려면 '시간 관리 전략'이 먼저였다. 구체적인 실행 전략은 그다음이었다.
사이드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현재 시간을 어떻게 소비하는지 일거수일투족부터 분석해야 한다. 직장에서 데일리 리포트를 쓰는 사람이 있겠지만, 대부분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할 거다. 당신이 보내는 24시간을 추적하여 '집중과 낭비'의 영역으로 산출하라고 추천한다. 아마도 결과는 충격적일 확률이 높다. 나름 주도면밀하게 목표를 설정하고 지켜 나가는 ‘시간의 귀재’라 할지라도, 그저 그런 시간 낭비가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나오고 말지도 모르니.
아침 8시부터 자정까지, 1시간 단위로 모든 행동을 기록하기로 했다. 인터넷 쇼핑, 웹 서핑, 먹방 유튜브 시청, 드라마 시청, 탕비실에서 즐기는 동료와의 잡담, 이 모든 것이 어쩌면 낭비가 아닐까? 그리고 네모칸이 혹시 비어 있나? 그렇다면 그것 역시 낭비다. 나는 독서, 글쓰기, 업무, 회의, 점심식사, 출퇴근, 글쓰기 모임, 아내와의 데이트, 이런 시간을 제외하고 모두 낭비의 영역으로 간주했다. 하루에 적어도 5~6시간의 텅 빈 시간을 눈으로 목격하자, 일에 치여 사이드 프로젝트에 도전할 시간이 없다는 건 한낮 변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간이 없다는 말이 ‘데일리 리포트’에서 변명임이 여실히 드러나자, 조각 같은 시간에 무엇을 채울지 고민했다. 출퇴근 2시간, 엄청난 시간이 아닌가? 내 가방 속엔 리디페이퍼라는 보물이 있었다. 아, 한데 이 물건은 유물에 지나지 않았단 말인가. 먼지를 닦아내고 지하철, 버스, 미팅 대기하는 시간, 심지어는 걸어 다니는 시간까지 책을 읽고 다니느라 맨홀에 빠질뻔하기도.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 생택쥐페리의 <어린 왕자> 등을 읽었다. 읽는다는 개념보다 게걸스럽게 먹어치운다가 어울릴 정도로 무섭게 몰입했다. 늘 피곤에 절어 꾸벅꾸벅 졸던 남자는 사라지고 초롱초롱 빛나는 눈동자만 보였다.
2015년부터 블로그에 글을 썼다. 이번에야말로 꾸준하게 해 보자,라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리고 1년 후인 2016년부터는 브런치에서 글을 이어나갔다. 브런치에서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었고, 운이 좋아 금상도 받았다. 네이버에서 만 3년 글을 쓰고 58만 뷰 정도 조회 수를 기록했는데, 브런치에서 만 3년 쓰고 139만 뷰를 기록한 걸 보면 적어도 글쓰기 플랫폼에서는 브런치가 네이버보다 강력한 존재라는 것을 느낀다.
블로그나 브런치의 글은 정제되지 않은 거친 글이다. 닥치는 대로 글을 쓰다 보면, 날것의 글이라도 쌓이다 보면 언젠가 활용할 날들이 올 것이다, 라는 희망으로 기록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브런치나 블로그는 작가로서의 시험무대가 된 셈이었다.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우연에서 출발했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모았고, 초반에는 사이드 프로젝트 수준이었지만 비즈니스 모델로 확장해나갔다. 겁 없이 아이디어 하나만을 믿고 사업에 뛰어든 것은 아니었다. 모아둔 약간의 자금과 기술력, 모의 비즈니스 실험을 바탕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먼저 경험한 후, 비즈니스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그럼에도 예상보다 성공의 길은 멀었다. 돈을 번 시간보다 모아놓은 돈을 갉아먹은 시간이 훨씬 많았으니 말이다. 사이드 프로젝트의 기대주였는데 결과가 좋지 못해 아쉬웠다.
퇴근 후에 2~3시간, 주말에는 하루 정도 서재에 거주할 수 있는 '아내 찬스'가 주어졌다. 서재에서 할 일은, 직장 업무와는 관련 없는 분야, 즉 글쓰기가 적당했다. 정적인 걸 좋아하는 나에게 딱이었다. 나아가 작가로도 데뷔할 수 있다니 프로그래머 못지않은 유망 직업으로 보였다.
‘작가’라는 이름만 들어도 설레었다. ‘그래 이거다, 인생 2막에 있어서 중추적인 역할을 차지할 명칭, 작가’. 카카오 브런치에서 작가라는 이름을 얻었다. 쓰다 보니 세 번째 도전한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금상(공대생의 감성 글쓰기)을(수상금 100만 원도 받음) 받았고, 지속적으로 외부(다음 웹, 카카오 채널 등)에 글이 노출되다 출판사와 연이 닿아 책까지 출간했다. 글을 쓴 지 만 3년 만에 이루어낸 쾌거였다. 직장에서 쾌속 승진한 것과 맞먹는 기쁨을 누린 것이었다.
사이드 프로젝트의 절정은 유튜브 크리에이터였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할 수 있는 생산적인 일에 관심이 많았다. 글쓰기도 그랬고, 유튜브 크리에이터도 마찬가지였다. 영상 제작을 배우지도 못했고 좋은 장비도 없었다. 하지만 컴퓨터만 있으면 누구나 당장 시작할 수 있다. 요즘은 휴지기를 갖고 있다.
실패해도 문제없다.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실패하더라도 경험은 자신이 되는 거니까, 다시 도전하면 되는 거다. <유튜브의 신>의 저자 ‘대도서관’도 책에서 이런 말을 했다. "N잡러는 본인의 생계유지는 유지하면서 딴짓에서 재미와 자아실현을 찾는 사람들이라고요. 당장 큰돈을 벌겠다는 야심 찬 계획보다는 일이 재미있으니까, 창의적인 생각으로 영상을 만들다 보면 돈도 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도서관이 말한 N잡러야말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닐까?
글을 쓰는 이유 중에 물론 출판도 한몫을 차지한다. 누구나 자기 이름이 적힌 책을 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노력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아니 일주일에 단 하루라도 규칙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내세울 것은 글쓰기 습관을 꾸준히 들인 기억뿐이었지만, 그 경험이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있을 거라 믿었다.
그 이유가 글쓰기 모임을 만든 기폭제가 됐다. 쌓은 노하우의 보따리를 푸는 공유의 즐거움도 한몫을 차지했다. 혼자 정보를 안고 있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글 쓰고 싶어 안날단 사람의 잠재성을 이끌어내는 역할 또한 멋지지 않은가. ‘글쓰기 모임’은 현재 시즌3까지 이어지고 있다. 시즌이 경과될수록 모임은 성장하고 있다. 양적으로든 질적으로든. 이 과정을 내가 시도하지 않았다면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성공이건 실패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배우고 성장하는 기회도 갖지 못했을 것이다. 직장의 분위기를 탓하며 불평불만이나 늘어놓고 있었겠지. 게다가 유료로 전환하여 이제는 고정적인 수익모델로 정착 중이기도 하다.
작년 AK플라자에서 글쓰기 특강을 수차례 진행했는데, 해당 지점에서 근무하신 분이 롯데백화점 평촌지점으로 직장을 옮겼다. 그분이 나를 기억하고 연락을 했다. 강의 기회를 얻은 것 자체에 감사했다. 검토 끝에 한 번의 특강과 정규 강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문화센터 글쓰기 강의 또한 사이드 프로젝트의 한 가지 결과였다.
시를 필사하는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시인의 생각과 함께하자는 시간을 갖자는 것도 있지만, 메마른 일상에서 잠시라도 촉촉한 감성에 젖어보자는 취지가 크다. 시를 읽고 필사를 하고 게다가 외우기까지 한다면 시인의 문장이 내 것이 될 수도 있다. 글 쓰는 사람에게 필요한 게 필사다. 특히 시인의 은유가 우리 삶의 녹아들 때, 삶도 정서적으로 더 풍부해질 거라 기대한다. 사이드 프로젝트 중 감성적인 영역에 해당한다.
글쓰기는 배움을 유도한다. 쓰면 쓸수록 내면에 담겨 있는 ‘얕은 지식’의 깊이에 반성할 수밖에 없다. 인풋이 없으면 독자가 감응하는 글을 쓰지 못한다. 경험이 중요하지만 단기간에 채우기는 힘들다. 독서는 타인의 삶을 살아보는 체험을 제공한다. 우리는 모자란 경험을 쌓기 위해 독서를 하는 것이며 그것은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채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 메타인지 감수성을 높여준다. 잘하는 것(직업), 좋아하는 것(딴짓), 사회적인 것(타인의 관심)을 깨닫도록 하며, 세 가지 사항은 다시 배움의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최근에는 논문까지 운신의 폭을 넓혔다. 독서로는 채워지지 않는 정보의 바다였다.
1. 자기 계발 & 성장의 계기가 된다.
업무와 관련 없는 분야를 찾게 되고 그 길에 도전하는 것 자체로 배움의 보폭이 확장된다.
2. 자신의 재능 발굴(가능성, 잠재성) 재능 찾기
자신도 모르는 재능을 발굴할 수 있다.
3. 낭비하는 시간 줄이기. 시간 관리 전문가가 된다.
데일리 리포트의 작성으로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추적/관리한다.
4. 사람을 얻는다. 함께 사는 세상이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혼자서 진행하기 불가능하다. 뜻이 통하는 사람과 함께 꿈을 좇는다.
5. 노후를 대비한다.
퇴직하여도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6. 창업의 기회를 제공한다.
사이드 프로젝트가 전염이 될 수 있다.
7. 직장 외에 돈을 벌 수 있다.
공모전 수상금, 문화 센터 강의, 글쓰기 모임 등으로 나는 직장 외에 수익을 거두고 있다.
8. 경험을 얻는다.
9. 즐겁다. 인생이 충만해진다.
직업이 있어도 다른 일을 병행하는 것을 지속할 수 있을까. 왜 나는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사이드 프로젝트’라는 가치를 찾아 헤매는 걸까. 납득할 만큼 욕망의 총량은 왜 채워지지 않을까. 그것은 내적 갈등이 주원인이다. 타인에게서 기인하는 것이 아닌 순전히 마음속부터 출발하는 근원이 없는 그 어떤 것.
밤이면 의식은 더욱 선명해진다. 몸과 마음은 엇박자다. 지금 시도 중인 ‘사이드 프로젝트가 마지막이 아니길 바란다. 마음 깊은 곳으로 침전할수록 어둠이 아닌 빛을 찾을 수 있다고, 비록 그것이 거짓일지라도 삶의 마지막 장과 조우했을 때 후회 따위는 없었다고 증명해야 한다. 나는 또 밤이면 어떤 사이드 프로젝트를 펼칠까 고민한다. 이제는 과거에 벌인 짓거리들과는 한 차원 다른 생산적인 일을 벌이고 있다고 믿으며. 인생 2막을 열기 위해서 의식의 기저에 깔려 있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합의를 본다. 과거, 난관을 겪은 결과에서 얻은 오차와 엉뚱한 길로 접어들어 방황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하여, 선택을 다시 하는 것처럼, 나 역시 올바른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믿는다.
나이도, 직업도 다양한 7명의 작가들이 펼쳐내는 성장 스토리, <함께 쓰는 성장의 비결>은 매일 오전 8시에, (주말에는 오전 11시에) 발행됩니다. 그 내용이 궁금하다면, 매거진 구독을 눌러주세요. 한 뼘 더 성장할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