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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전토끼 Jun 22. 2024

브런치 작가, '제안하기' 의 이중성

돈 벌라고 브런치 시작한 것은 아닌데, 브런치 작가의 수고는 무료인가요

브런치 작가로 활동한 지도 몇 해가 지났고, 나름 책을 내기도 했다. 


이따금 브런치를 확인해보면 '작가님에게 제안이 도착했습니다'라는 문구를 확인하고, 반가운 마음에 메일을 확인해보기도 했다. 


그동안 '업체 후기를 써주면, 쿠폰을 주겠다' 등의 마케팅 아르바이트 류의 제안들도 꽤 있었고, 소정의 수고비를 제안하면서 멘토로서의 조언을 요청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 글을 쓰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름을 대면 알만한 잡지사 기자의 제안이었다.


해당 기자는 브런치로 인터뷰 제안을 해왔고, 당연히 고료 혹은 수고비는 없겠지만, 꽤 유명한 잡지사에서

내 글에 관심을 가져준 것이 고마워서 흔쾌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사실, 인터뷰를 응했던 시기는 얼마 전에 막 시작한 학업의 과제 및 시험 준비로 한창 바빴던 기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자가 보내 준 인터뷰 질의서에 최대한 빽빽하게, 정성스럽게 적고, 나름의 검토도 여러 번해서 마감일까지 보내주었다. 


메일을 보낸 후에 3주쯤 지났을까, 해당 기자로부터 장문의 메일이 왔다.


그 메일의 내용은 '내 이야기(인터뷰 내용)가 다른 인터뷰 상대들과의 이야기와 맞지 않아서(잡지사의 전반적인 방향과 맞지 않아서), 기사로 실을 수 없다. 대신 사과의 의미로 조만간 네 책을 SNS에 홍보해주겠으니 화 풀어라'였다.


그 메일을 보고 나서는 헛웃음이 나왔다. 


그럼, 처음부터 잡지사의 방향과 콘셉트를 제대로 고려해서, 인터뷰 대상을 선정하고 의뢰하면 되지 않나? 

인터뷰는 다 해놓고(소스는 많을수록 좋으니까)  필요 없다는 통보를 받으니, 어이가 없었다. 물론, 해당 기자는 메일의 처음부터 끝까지 내 인터뷰를 실을 수 없는 이유는 '본인의 역량 부족'이라는 보기 좋은 완곡한 이유를 대며 미안하다고 했다. 


브런치로 돈을 벌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돈을 벌려면 이런 필력으로는 어림없다), 단지 글을 쓰는 것이 좋았으며, 홍보해준다던 책(?)은 막연하게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다는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래서 해당 메일에 대해서는 별도로 회신하지 않았다.

사과의 의미로 책을 홍보해주겠다고 하면, 넙죽 엎드리며  '아니에요, 괜찮습니다'라고 해야 할까?



비록 글만 써서 먹고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브런치 작가도 작가이니 서툴지만 열심히 글을 쓰고, 독자들과도 활발하게 소통했다.


그런데 알 만한 잡지사 기자의 행동들은 나에게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브런치 작가도 작가냐, 어차피 취미 혹은 부업으로 하는 거잖아, 우리 같은 매체에서 네 글을 실어준다는데(당연히 원고료나 수고비는 없지) 영광 아니니?' 


이런 기분이 들어서 일까?  메일을 받고 나서 며칠간 혼자 생각해봤던 것 같다.


'그렇게 시답지 않은 브런치 작가의 콘텐츠(이야기)라도 아무런 대가 없이 이용하는 것은 정당한 것일까'라고 말이다. 


누구를 탓하랴, 유명한 매체에서 '제안'을 해주시니, 너무 황송해서 그 제안에 응한 내 잘못인 것을.


그래도 이번 일을 통해서 한 가지는 분명히 배운 것 같다.




'남들이 보기에는 미천한 글이라도, 나만의 콘텐츠를 아무런 대가 없이 타인에게 제공해 줄 필요는 없다'라는 점이다 


지식 정보사회에서 미천한 나의 콘텐츠라도 헐값이나 대가 없이 제공하는 것은 금기사항이나 마찬가지이다  @Photo by Aaron Burde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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