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개시 D-9일

어쩌면 나를 위해 쓰고 싶었던 건 아닐까?

by 안온

돌봄 휴직을 쓴다고 보고하고 선거일 쉬고, 출근하는 오늘.


괜히 싱숭생숭한 마음에 친한 동기들한테 소식을 전했지. 오늘은 월초라 바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일이랑 가족일 둘 다 챙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또 퇴근길에 집 인테리어 시작도 안했는데 이것저것 부수어놓은 거 보니까 속이 꽉 막혔다.


집안이 온통 먼지로 뒤덮여서 무얼 할 수가 없었다. 오늘 엄마가 들여다봤으면 이렇게까지는 안 됐을 텐데, 거참.... 어쨌든 엄마를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왔다.


이제 휴직 시작 D-9일이네.

부모님 챙긴다고 쓴 휴직인데 왜 나 엄마한테 짜증 내 고 있을까? 물건들도 다 갖다 버리라니까 입지도 않는 옷 아깝다고 싸매고 있는 모습이 싫어서일까? 어디 있었는지 조차 모르는 물건들이 막 나오는데, 이때까지 없어도 잘 살았는데 이제와 왜 다시 이고 지고 하려는 걸까?


어쩌면 내가 지쳐서,

부모님 핑계로 내가 잠시 쉬어가고 싶었던 건 아닐까?

그럼 아무렴 뭐 어때,

진짜 다 내려놓고 싶을 만큼 나 역시 지친 것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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