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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담 Jun 01. 2023

결국 인간관계는 버스정류장과 같다는 것을

저 이번에 내려요

박상영 작가의 [억지로 쉼표찍기] 라는 밀리 오리지널 에세이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인간관계라는 게 참 그렇다. 어릴 적에는 한 공간에 모여있다는 것만으로도 같은 반 '친구'가 되는데, 나이가 들면 애쓰지 않고서는 얼굴 한 번 보기조차 힘들다."


서로의 삶의 모양새가 각기 달라짐에 따라 우리는 애쓰지 않고서는 만나기 힘든 사이가 됐다.

이 말은 사회초년생일때까지만 해도 말 뜻을 헤아릴 수가 없다.

친구 한명씩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각자의 가정을 꾸리면 이 말 뜻은 확연히 와닿게 된다.

특히 친한 친구일수록 비슷하게 잘되어야 오래간다는 말이 있는데, 사회적 통념상 성공이라고 보는 돈, 명예, 등등이 비슷해야한다는 뜻도 있겠지만 인생 대소사가 비슷한 시기에 흘러가야 서로를 헤아리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며 오랫동안 볼 수 있다는 뜻도 함축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이 나온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도 본격 결혼식 준비라는 걸 하게됐다.

사실 식장만 잡았지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등 일명 스드메라 불리우는 그런 것들을 어떻게 해나가야할지 모르던 찰나였다. 그래서 올해 11월에 결혼하는 친구에게 넌지시 물어봤더니, 자기가 맡긴 스드메 업체도 알려주고 어떻게 견적비교를 받아야하는지 돈을 좀 더 쓰면 좋을 포인트와 그렇지 않을 포인트를 알려주었다.


15년간 친구지만서도 한 2-3년 동안 공감대도 없고 이래저래 어색한 기운이 감돌던 친구였기에 이렇게 발벗고 알아봐주니 너무 고마웠다. '이렇게 자연스레 멀어질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까지 들던 친구였기 때문이다. 친구가 알게 모르게 했던 말들로 인해 나는 상처를 받았고, 다른 애들과의 관계도 있어 차마 아예 안볼수는 없는 친구였기에 거리두기를 택한 것이었는데, 이렇게 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물론 지금도 내 속을 가끔 긁기는 하지만 뭐랄까, 다시 예전의 허물없는 그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랄까?

친구도 한번 아프고 나서,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어서인지 예전보다는 유해진 모습에 나조차도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여유가 생겼다.


두번째 친구는 약간의 실망감을 느낀 친구였다. 결혼식 사회를 부탁했는데, 거절당했다.

20대때부터 우리끼리 늘 서로의 결혼식 사회 혹은 축사를 해주자 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던 친구였다. 나 역시 결혼식 사회는 해본적이 없는데, 친구가 부탁하면 기꺼이 해야지라고 생각했다. 그 친구 인생의 중요한 일이 생길 때 내가 전면에 나서 도와줘야지라는 생각이 있었기 떄문이다. 결혼 날짜가 정해지고 친구한테 진지하게 물어봤다. 친구가 부담스럽다고 거절했는데, 그 마음을 알 것 같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서운하고 섭섭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는데, 나 혼자 당연하게 생각한 건 아니였을까? 친구는 좋은 날을 망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사실 실수 쯤이야 누구나 하지- 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라 아쉬운 마음은 배가 되었다. 사실 줄곧 '친구가 사회를 봐주면 어떤 기분일까?' 하면서 혼자 상상의 나래에 빠져있었다. 덕분에 호기롭게 내 친구가 사회봐줄거라고 남자친구한테 말했는데, 입장도 난처해졌다. 전문 사회자보다 친구가 봐줬으면 헸는데, 사회자를 구해야만 할 것 같다. 


이렇게 한번의 기쁨 그리고 한번의 아쉬움이 동시에 찾아왔다. 이 외에도 먼저 축사를 해주겠다고 한 사람과 도와줄 것은 없냐고 먼저 물어보는 친구들이 있어 너무 고마웠다. 이래서 사람은 큰 일을 치뤄봐야 주변인들의 소중함을 한층 더 깊게 느끼는게 아닐까싶다.

결혼식 준비 그리고 결혼식 그 이후의 삶을 살아가면서 나는 또 수없이 사람들에게 기쁨, 서운함, 즐거움, 아쉬움을 느끼겠지. 인간관계는 정류장과도 같으니 서운하게 했다고 해서 그 사람과 인연을 끊으려 하지도 말고, 지금은 잠시 공통점이 없다할지라도 오래 알아왔던 세월이 있으니 다시 공통점이 비슷해질때까지 주기를 기다려보자.  그래도 아무 조건없이 서로가 서로를 알았을 때가 가장 순수했던 우정의 시간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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