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누락 후 1년이 흘렀다.
일하다 스트레스 받기도 하고, 재미를 느끼기도 했던 날들의 반복이었다. 그러다 회사 후배가 대학원에 붙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공부 그리고 커리어에 대해 늘 같이 이야기하던 후배였다. 후배는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고, 나는 방황하다가 끝났다. 똑같이 주어진 1년이었지만 서로의 시간의 농도는 달랐다.
그는 꿈을 향해 가고 있었고, 나는 안되는 이유 찾기에 급급했다. 나 자신이 초라해졌다. 그리고 작아졌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내 자리에서조차 나는 만족하지 못했나 보다. 분명 그 시간을 헛되이 보낸 건 아니었을 텐데, 왜 나는 내가 쌓아온 시간들에 대해 후회하고 자책하는 것일까?
연차를 내고 교수님을 찾아갔다.
MBA를 전공하고 싶은데 지방대학으로 가도 괜찮을까요? 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였다. 전공이 경영학이고 언젠가 사업할 것을 생각하면 MBA로 진학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교수님은 추천서를 써줄 테니 무조건 SKY로 가라고 하셨다. MBA는 많은 돈을 들여 서 가는 곳인 만큼 인적 네트워킹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면서 말이다. 이루지 못한 SKY에 대한 욕망은 나의 컴플렉스로 작용했기에 교수님은 그걸 건들면서 말씀하셨다.
정말 공부를 위해 가는 것인지, 인적네트워킹을 위해 가는 것인지, SKY에 대한 욕망 해결인지 스스로 정리가 필요했다. 사실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업무를 조금 더 깊이 있게 하기 위해, 추후에 사업을 했을 때 함께 할 사람들을 찾기 위해 대학원을 가고 싶었다. MBA가 가보지 못한 길이라서 아쉬움이 남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간다고 해도 세부 전공을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대학 타이틀에 내가 집착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면서 답답해졌다.
직장생활 6년 차,
이제 나는 하나의 스텝을 밟을 때마다 어른의 무게를 실감한다. 커리어, 결혼, 집, 본사 발령 신청 등 생각할 거리 속에 서 나는 어느 하나 놓칠 수 없어서 선택을 유보했다.
그렇게 생각을 접어둔 채 또다시 한 해가 흘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