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선을 긋지도 또 너무 넘어가고 싶지도 않은
나는 나이는 MZ이나 회사 생활은 9년 차인 사회 중년생이 다.
꼰대도 젊은이도 아닌 딱 가운데 낀, 낀대다. 스스로 꼰대가 되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나이가 들고, 사회 경험이 쌓일수록 꼰대가 되어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사람은 자기가 해 본 경험 안에서 판단하고 결론짓는다는 걸 알지만 나이가 들면 그 경향성이 짙어진다. 이 말을 쓰는 나, 꼰대인 가요?
내 또래 중년생들의 특징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워라밸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사실 워라밸을 지킨다는 건, 그만큼 업무 효율이 높다는 뜻과 일맥상통한다. 상사에게 시기적절하게 중간보고를 하고 성과를 낸다는 건 담당자가 일의 흐름을 잡고 있다는 뜻이다. 일하다 보면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프로젝트가 생기는데, 갑툭튀 그리고 잡무를 쳐내려면 담당 업무는 꼭 잡고 있어야 한다. 정시 퇴근을 위해 이렇게나 스스로 노력하는 세대다.
둘째, 회사의 발전보다는 개인의 발전을 중요시 여긴다.
정시퇴근을 하는 또 다른 이유라고 볼 수 있는데, 모두가 별을 달수 없으니 이것저것 해보려고 한다. 그게 선배 세대에게는 "회사 일을 집중해서 하지 않는다"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SNS 인플루언서들도 많고, 카페 등을 오토로 돌리는 사람도 많고 개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람도 있다. 업무 외적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셋째, 할 말도 못 하고 애매한 포지션으로 줄타기를 하고 있다.
내가 과장이 되면, 상무님, 이건 아니잖아요'라고 대차게 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근데 승진하면 할수록 더 말을 못 한다. 물론 그 사람과의 관계가 형성돼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 스킬이 업그레이드 됐기 때문이다. '일단 하는데, 시늉만 해야지'라는 생각에 입을 닫는다. 그렇게 상무님 방을 나오고 나면, 본격적으로 고민이 시작된다. 후배들에게 설명해야 하는데, 그들에게 "적당히 하자"라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서 결국은 할 말도 못 하고 애매해져 버린다. 어떤 일이든지 중간 적당히가 제일 어렵다.
쓰고 보니, 전반적으로 균형을 중요시하는 세대인 것 같다.
일도 적당히 잘하고 싶고 회사 내 인간관계도 사생활을 해지지 않는 범위에서 친하게 지내고 싶고, 퇴근 후의 삶은 그 나름대로 스스로를 지키고 싶은, 딱 그게 지금 우리네 세대다.
그냥 그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