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고 그 외에는 하늘에 맡겨보자
2024년의 인사고과 발표가 있었다.
고과는 1등급 ~ 3등급 그리고 세부구간 0.5점으로 나뉜다. 5등급 받는 사람은 거의 없기에 4점 정도가 마지노선으로 보면 된다.
2.5등급 정도 받겠지? 를 생각하면서 사실상 내년 승진을 위한 마일리지 쌓기는 포기한 상태였다.
영업관리라는 것이 내가 들인 인풋만큼 아웃풋이 나오는 게 아니고, 연초에 승진 대상자를 정해서 매출 잘 나오는 거래선을 매핑해 주는 직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거래선은 매출 증감은커녕, 접는 게 나을 정도인 곳이었다. 결혼을 하면서 잠재적 임신 가능한 상태로 접어듬에 따른 결과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영업관리로서 내가 보여준 게 없기도 했지만 거래선을 바꿔버린 이상 더 보여줄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안에서도 할 수 있는 게 있겠지만 어쨌든 영업 = 숫자로 말하는 것인데 나는 숫자로 말해줄 대리점이 없었다.
승진은 조금 늦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한 6개월 동안 지배적이었다. 24년도 근평이 안 좋게 나오더라도 그러려니, 생각했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2세 준비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도 무의식 중에 있었다.
근데 왜인걸?
생각보다 너무 잘 나왔다. 1.5등급이 나온 게 아닌가?
평가표를 열고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 잘 준 거지? 도대체 왜?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내가 이걸 받을 자격이 있나? 싶어서 부끄러웠다.
팀장님한테 물어봤다.
저한테 왜 이런 높은 점수를 주셨냐고 말이다.
팀장님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가 고생한 것을 알고 있고, 또 내년에 더 잘하라는 의미에서 이렇게 주셨다고 했다. 내년에는 조금 더 중추적 역할을 해보라고 말이다. 이런 노고를 알아주는 팀장님을 만난 게 참 행복이었고 행운이었다.
사실 내년에는 남편의 이직으로 주말부부를 해야 할 상황이었다. 새로운 곳에 가서 적응할 남편을 위해서라도 2세 계획은 1년 정도 미루는 게 낫겠다-라는 생각도 있었다.
주어진 이 1년 동안 나도 최선을 다해서 차장 승진을 준비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