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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담 Apr 28. 2020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글을 쓰는 건 언제나 제 꿈이었어요. 초등학교 때,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끄적거리며 고사리 손으로 쓴 글이 구내 대회에서 작은 상을 탄 적이 있었어요. 살면서 그렇게 큰 상을 받아본 건 처음이어서, 제 자신이 너무나 대견해 이 상장은 가보로 대대손손 물려줘야겠다 다짐하면서 신이 나 상장을 들고 집에 뛰어가 부모님께 자랑했죠. 꿈이 생겼다고, 멋있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뒤이은 저의 부모님의 말은 어린아이에게는 조금 가혹한 말이었어요. 어린 저에게 아버지는 꽤나 진지하고 꽤나 확신에 찬 목소리로 제가 작가를 직업으로 삼으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셨죠. 다른 직업을 가져도 글을 쓰는 일은 언제든 할 수 있지만, 작가가 돼서 잘되지 못하면 다른 직업을 꿈꾸기엔 너무 늦었다고.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던 저는 제 꿈을 나중으로 미뤄야 했어요. 열심히 살다 보면 언젠가 마음껏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오겠지 하고요.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 아버지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던 것 같아요.


 스물다섯이 될 때까지, 제 삶엔 언제나 글 쓰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너무도 많았거든요. 열심히 살면 살려고 할수록, 눈 앞에 이뤄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고, 무언가를 이뤄낸다해도 삶이란 도저히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 같았어요. 분명 아버지는 열심히 살다 보면 마음껏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하셨는데 말이죠.


  그래도 한 번 씩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날에는 노트북을 켜고 혼자 끄적거렸어요. 그중엔 소설도 있었고, 시도 있었고, 산문도 있었죠. 한 작품도 완성시키지 못했어요. 작품이라 하기도 부끄럽네요. 제가 끈기가 없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글 쓰는 일에선 왜 이렇게 마음을 다잡기가 힘든지요.  그중에는 꽤 길게 쓴 것들도 있었는데요, 열심히 쓰다가도 어떤 날엔 그 글들이 한 글자도 마음에 안 드는 거예요. 종이에 의미 없는 글자들만 나열된 쓰레기 같이 느껴진 날도 있었어요.


 그렇게 혼자서 노트북을 붙잡고 끙끙거리던 어느 날, 뭐하냐는 친구의 카톡에 글 쓴다고 보냈어요. 그랬더니 친구가 보여달라는 거예요. 그 날은 작은 용기가 나더라고요. 부끄럽긴 했지만 내가 쓴 글을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어요. 사진 찍어 보내고 친구의 카톡을 기다리면서 심장이 정말 쿵쾅쿵쾅 뛰었어요. 그런데 친구가 재밌다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처음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그래서 언젠가 내 글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는 날이 올진 모르겠지만 일단 노트북에 혼자 끄적거리며 글을 써보는 중이라고 친구에게 털어놓았어요. 제 얘길 듣고 친구가 알려준 게 카카오 브런치예요. 잘은 모르지만 누구나 쉽게 글을 쓸 수 있는 것 같더라고, 운이 좋으면 그게 책으로 나오기도 하나 보더라고 한 번 들어가 보라고 얘기해줬죠. 그 얘길 듣고 바로 카카오 브런치에 가입하고, 글을 쓰고, 작가 신청을 했어요! 지금은 기다리는 중입니다.


 사실 아직 작가 신청에 대한 답도 오지 않았지만요, 요즘은 자기 전에 늘 기분 좋은 상상을 해요. 정말 이러다 내 책이 나오는 건 아닐지. 또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돼서 서점 한 켠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전시되는 거 아닐지. 그러면 부끄러우니까 사람이 적은 시간대에 모자를 눌러쓰고 서점에 가서 티 안 나게 지나가는 척하면서 친구한테 사진 찍어 달라고 해야지. 하고 상상을 해요. 상상은 자유잖아요!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 말대로 정말 시작이 반이라서, 저는 벌써 반 정도는 꿈을 이룬 사람이면 좋겠어요. 동네 사람들! 저 드디어 용기 내서 혼자서만 끄적이던 글을 어딘가에 올리기 시작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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