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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담 May 16. 2020

브런치 작가가 된 지 한 달


 브런치 작가가 된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두 번째 도전만에 브런치 작가로 모시게 되어 영광이라는 그 이메일을 받을 수 있었고, 메일을 보자마자 뛸 듯이 기뻐 집에서 혼자 핸드폰을 흔들며 환호했다.


 그로부터 약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흘렀는데, 지금 느끼는 것들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삶에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더니 브런치도 똑같았다. 작가로 등록이 되었다고 해서 내가 올리는 글이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지도 않았고, 여전히 구독자 수는 한 명이며(한 명의 구독자 분께 정말 감사합니다), 내 글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해 세상이 뒤집어지는 일 따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해야 할 일을 놓칠까 두려워 전전긍긍하며 매일 플래너를 쓰며 바쁘게 살지만 정작 내 삶에서 중요한 것들은 얼마나 챙기며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도 내 하루를 검사하지 않는데, 바쁘게 살지 않으면 무언가에 잡아 먹힐 것 같은 불안감을 느낀다. 내 삶에 여유가 생기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싶다.


 통계를 보며 몇 명이라도 내 글을 읽어 준 날에는 역시 하기를 잘했어, 한 명이라도 읽어주는 사람이 있구나 싶어서 기쁘다가도, 인기글을 타고 들어가 보면 구독자가 몇천 명은 거뜬히 넘는 작가들을 보면서 부럽다가도, 브런치 나우를 보면 1분에 하나 정도로 글이 올라오는데 내가 보태는 글 하나가 의미가 있을까 싶어 스스로가 보잘것 없이 느껴지기도 한다. 처음 시작할 땐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연연하기보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묵묵히 써나가겠다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길수록 글을 쓰는 게 어렵다. 지금 올린 글들은 대부분 하루가 끝나갈 때쯤, 밤에 혼자 한 자리에서 끄적거리며 한 번에 써 내려간 글들이다. 이럴 땐 구독자가 많지 않아서 좋다. 밤늦게 일기장을 펼치는 기분으로, 떠오르는 대로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이 기분이 꽤 좋다. 평소 나는 지독한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어서 나 스스로도 감당하기 힘들 때가 많다. 그런데 글을 쓸 때만큼은 그런 것들을 좀 버리려고 노력 중이다. 완벽하다는 생각이 드는 글만 올리려 했다면 아마 지금까지 글을 하나도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시작하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일단 시작해라'라는 문구를 얼마 전에 우연히 읽었는데, 꽤 감명 깊었다.


 글이 직업이 될 수 있는 날이 올까? 잘 모르겠다. 아직은 취미라고 선뜻 말하기에도 어려운 수준인 것 같다. 마음껏 고민하며 글을 쓰는 게 해야 할 일의 가장 우선순위인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


 그나저나 날이 많이 따뜻해졌다. 요즘은 저녁 무렵이 되면 동네에 찹쌀떡 트럭이 온다. 찹쌀떡~ 메밀묵~ 하는 소리가 듣기 싫지 않고 정겹다.


 결론적으로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해서 내 삶은 생각보다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행운 총량의 법칙'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모든 사람의 인생에 찾아오는 행운은 삶의 끝자락에서 모두 합쳐보면 그 양이 같다는 류의 그런 말. 내가 별 탈 없이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것 또한 행운이라면 별로 할 말은 없지만, 한 번 씩 내 인생에도 정말 놀랄 만큼 운이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고 꿈꾼다. 사실 그래서 로또도 가끔 사는데, 나는 한 번도 마지막 등수인 5천 원에도 당첨되어 본 적이 없다. 그럴 때 '행운 총량의 법칙'을 떠올리면 크게 실망스럽지 않다. 내 인생에 이런 자잘한 것들 말고 한 번 크게 행운이 오나보다! 싶어서.



 오늘은 조금 두서없이 브런치 작가가 되고 한 달이 흐른 지금 느끼는 것들을 적어보았는데요.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제 보잘것없는 글을 읽어주셔서 오늘도 감사합니다. 사는 게 내 뜻대로 되는 일보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 힘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저희 모두 분명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 걸 거예요.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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