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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담 Aug 10. 2020

타지생활 매거진을 마무리하며

브런치 도전을 망설이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우리의 타지생활을 위하여'는 제가 브런치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쓰려고 했던 주제입니다. 앞선 글들을 쭉 읽으셨으면 알아차리셨겠지만,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고, 현재는 대학교를 다니느라 경상도의 한 지역에서 혼자 자취생활 중입니다.


 처음엔 혼자 새로운 지역에서 사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일줄 모르고 쉽게 결정했습니다. 그저 이제 성인이고, 부모님 없이도 혼자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나이이고, 그렇게 한 번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요. 그런데 혼자 살아보니 더 알겠더라구요. 그동안 부모님이라는 존재가 제 인생에 얼마나 큰 나무였는지.


 이제야 고백하지만, 저는 사실 제가 유복하지 못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것에 대해서 열등감이 있었습니다. 자라면서 언제나 맞벌이로 바쁘게 일하시는 부모님을 보며 외로웠고, 갖고 싶은 것과 배우고 싶은 것, 그리고 장차 제 진로에 대해서도 일부분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때로는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원하는 작은 것 몇 개를 포기하며 사는 삶도 저는 억울했는데, 저희 부모님은 저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큰 것들을 포기하며 사셨을까요. 그게 정말 성인이 되어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아직 어리네요.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타지생활'에 대해서 글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처음엔, 서울에서 살던 제가 대학을 경상도로 다니기 시작하면서 혼자 살기 시작한 것이 타지 생활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경상도 분이셨던 저희 아빠, 그리고 충청도 분이셨던 저희 엄마가 20대에 서울로 올라와 저를 낳고 키우기까지 그 분들에게도 서울은 타지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내 삶 전체가 타지에서 사는 게 아닐까, 뭐 그런 생각까지도 들더군요.


 처음에 제 브런치 연재를 시작하기 전 브런치에 '타지'를 검색했을 때, 주로 해외에서 유학 중이신 분들의 글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제 주위를 보면 고향(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을 떠나 한국의 다른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꼭 그 곳이 해외가 아니더라두요. 저는 그 사람들이 제 글을 읽으면서 공감도 하고, 위로도 받고, 외로움을 덜어갔으면 좋겠는 마음에 이 매거진을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혼자 살면서 많이 외로웠거든요.


 글을 쓰는 건 제 생각보다 어려웠고, 시간과 노력도 많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머릿속에 추상적으로 있는 감정과 생각들을 문장으로 옮긴다는 게, 그 문장들이 한 주제 안에서 상통하도록 적당한 분량의 글 하나를 완성하는 게, 그리고 그 글을 포기하지 않고 여러 개를 써내서 한 매거진을 완성시킨다는 게 제 생각보다 더 쉽지 않았습니다.


 중간에 사실 그만 쓸까,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처음엔 열심히 글을 써서 올려서 조횟수가 3, 4 이렇게 되어도 세명이나 제 글을 읽어주셨다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그러다 브런치를 둘러보면 저보다 훨씬 구독자 수가 많은 사람들도 많았고, 글을 열심히 쓰는 사람들도 많아서 제 글은 금방 아래로 내려가더군요. 남과 비교하고자, 경쟁하고자 시작한 일이 아닌데도, 그저 쓰고 싶은 글을 써내고 싶어 시작한 일인데도 남과 비교가 되기 시작하더라구요.


 혼자서 많이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처음이고, 욕심 내지 말자고. 이 매거진의 글을 10개를 넘겨서 일단 한 매거진을 완성시켜보자, 그거만 생각하자. 하고 타일렀습니다.


 그런데 그런 도중에 제가 운이 좋아서, 그 중 세 개의 글은 다음과 카카오톡 메인에 걸렸고, 또 한 글은 공모전에 당선되기도 했습니다. 살면서 여러 감정들을 느끼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또 처음 느껴보는 벅참이더라고요. 정말 행복했고, 기뻤습니다.


 지금도 브런치에 도전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이번 한 해가 학업일정상 가장 바쁜 해였지만 어딘지 올해가 지나면 정말 글을 쓰는 일에 도전을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제 인생에서 칭찬해주고 싶은 제가 한 행동 중 하나입니다.


 결론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내 스스로가 자랑스럽다!가 아니고, 무엇보다 시간 내서 제 글을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 중 몇 분은 소중한 시간을 내서 댓글을 달아주시기도 했습니다.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언젠가 저도 유명한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있을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뭐 사실 유명해진다기 보다, 제 글로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유명해지는 것과 둘이 같은 말인가요? 하하..


 그래도 계속 지켜봐주세요. 삶이 아무리 바빠도 시간 내서 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전달할수 있도록 오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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