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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민 Mar 09. 2021

나마스떼,어서 오세요:)

요가은 처음이신가요?



얼마 전에 우리 요가원에서 외부 선생님을 모셔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했다. 아로마테라피를 활용하는 수업이었고, 좋은 기회라 여겨 친구 한 명을 초대했다. 그녀는 나의 혼란하고 우왕좌왕했던 20대를 함께 겪어 준 소중한 지음인데, 요가를 충분히 경험해 본 적은 없는 듯했다. 적당한 수련복이 없다고 하길래 나의 요가복을 빌려주겠다고 하고 당일날이 되었다. 요가 외에도 운동을 즐겨하지는 않았던 친구는 (유튜브 땅*부부 채널은 좋아하는 듯했다!) 수업 동안 강사님의 집중 마크(?)를 받았고 난도가 높은 수업은 아니었지만 땀을 삐질삐질 흘렸던 것 같다. 건너편에서 같이 수업에 참여하던 나는 그가 너무 힘들어하지는 않을까, 곤란해하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수업을 마치고 친구가 밝힌 소회는 다음과 같았다. 

1 요가도 낯설고 워낙 몸치라서 전날부터 겁이 났다.
2 일단 뭘 입고 가야 할지 매우 고민이 되었는데, 내가 빌려준다 하여 기뻤다. 
3 막상 하고 나니 개운하고 시원했다. 골반 쪽이 계속 불편했는데 불편감이 사라졌다. 
4 동작 따라가기 어려웠지만 선생님이 계속 잘 봐주셔서 무리 없이 참여할 수 있었고 감사했다. 
5 걱정했던 것과 달리 좋았어서 또 해보고 싶다. 다음에도 일정이 있으면 알려달라.   



세상에, 전날부터 걱정이 되었었다니!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듣고 잠시 당황했다가 내가 요가를 시작하던 때가 생각나서 미묘한 웃음이 지어졌다.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 생각 못한다더니.' 나는 몸매도 유연성도 자신이 없는 사람이었기에 나름 큰 결심을 하고 등록을 하고 수련실에 발을 들였었고, 나 또한 뭘 입고 가야 하지 한참을 고민했었다. 지금은 매일을 교복처럼 입는 레깅스나 달라붙는 탑이 그때는 너무나 민망해서 헐렁한 티셔츠에 바지를 입고 제법 오래 다녔었다. 단순히 외모에 관한 자신감 같은 것을 떠나서 '몸을 쓴다는 것' 자체가 어색하고 곤욕스러웠던 기억도 난다. 초등학교 때는 200m 달리기 학교 대표도 나가 봤고 피구도 좋아했지만 그건 아주 먼 옛날의 이야기, 그 이후로는 운동 같은 것은 거의 하지 않고 입시에 치중되게 살다가 움직여보려니 허우적대는 나무토막이 하나 서 있는 것이었다. 나의 서투르고 잘 못하는 모습을 스스로 마주할 뿐 아니라 사람들 앞에 드러내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했다. 처음엔 아무렇지 않은 척 있어 보려 했었고, 나중엔 그런 내 마음을 마주하고 직면하는 자리로 수련을 하러 가게 되었지만. 그러기까지 어색하고 어설펐던 시간들이 새삼스럽게 떠올라 진즉에 그녀를 헤아려 주지 못했던 것이 머쓱했다. 그리고 우리 회원님들 생각도 났고. 

그녀는 특별히 내성적인 사람도 아니고, 정말 어마어마한 몸치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익숙하지 않은 것을 한다는 것은 막연한 두려움을 주기도 한다. 그 막연함 들을 넘어 조금은 더 일상이 다채로워졌을까? 조금은 더 정신과 감정과 몸이 열결 되는 계기가 되었을까?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르겠지만 나는 사실 그 문턱이 낮지만은 않았고 제법 지난한 시간들이었다. (그동안 잊고 있었구나!) 하지만 그 시간이 쌓였을 때 새로 열린 세계는, 새로 만나게 된 나는 놀랍고 풍요로웠고 지금의 요가를 사랑하는 내가 있다. 
그녀의 매트 위의 첫 경험을 나와 함께 해주어 영광이었고 그다음도 기대된다 하니 요가를 안내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기쁘다.  앞으로도 누구에게든 사려 깊은 안내자가 될 수 있기를, 나의 시선에만 갇히지 않기를 바라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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