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복을 입으며

[양촌일기]

by 소똥구리

옷장을 열면 옷이 가득하다. 패션니스타는커녕 패션테러리스트에 가깝지만, 사계절 나라에 살다 보니 여러 류의 옷이 필요하다.


출근할 때는 주로 정장을 입지만 주말에는 편한 캐주얼을 입는다. 때때로 야유회나 등산도 가야 하니 등산복도 필요하다. 출근, 주말, 야외 활동에 따른 옷이 다르고, 계절별로 옷이 필요하니 옷장이 가득 찰 수밖에.


옷이 이렇게 많지만 아내는 옷 좀 잘 입고 다니라고 매번 잔소리를 한다. 옷장을 보니 틀린 말은 아니다. 옷은 많지만 너무나 단조롭다. 와이셔츠 빼고는 모두 검은색, 네이비색, 카키색뿐이다.


패션에 큰 관심이 없다. 어려서부터 근검절약을 미덕으로 알고 자랐다. 게다가 유행하는 옷을 멋지게 소화할 만한 몸매도 아니니 그저 깔끔하고 단정하게나 입고 다니자는 주의다. 그러다 보니 항상 비슷한 옷을 사게 된다. 본의 아니게 미니멀리즘에 가깝게 살고 있다.


옷장 한쪽에는 주말 밭에 갈 때 입는 작업복이 모아져 있다. 작업복을 따로 구입하지는 않는다. 입던 옷 중 낡거나 유행이 지난 옷을 작업복으로 입는다. 유행은 품을 좁히기만 하는지 유행이 지난 옷은 모두 품이 넓고 넉넉하여 편안하다.


주말 아침 이 낡은 옷을 입을 때 제일 마음이 설렌다. 낡고 유행이 지난 구닥다리 옷이지만 품 옷 부럽지 않다. 그 어느 옷보다 자유롭고 편안하다. 봄이 오고 작업복 입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17.3.17, 26.1.4)






KakaoTalk_20230430_174853426_02.jpg

밭일_봄ⓒ소똥구리(23.4.30)

작가의 이전글나는 무엇을 꿈꾸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