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꼭 정발산을 걷는다. 보통 산은 '오른다' 표현하지만 정발산은 오른다 하기엔 민망한 높이다. 높지는 않지만 숲도 깊고 오르막 내리막이 적당하고 무엇보다 가까이 있어 휴일마다 찾아 걷는다.
산 꼭대기엔 멀리 북한산 백운대를 조망할 수 있는 평심루가 있다. 평심루로 향하는 나무 계단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쇠못이 양쪽에 줄지어 박혀 있다.
계단마다 박혀 있는 쇠못 머리는 은빛으로 눈부시다. 나무가 썩어 드러난 쇠못을 보면 본래 은빛이 아니고 검은색에 가깝다. 지나가는 발길에 스쳐 광택이 나는 것이다.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이 신기하다.
겁은 천년에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로 바위에 구멍을 뚫는 시간이다. 찰나는 눈 한번 깜빡이는 시간이다. 무한한 시간 속에서 100년도 1000년도 의미가 없다. 가늠할 수 없는 억겁의 시간은 상상일 뿐이다.
빛나는 쇠못을 보며 인간의 '시간'을 생각해 본다. 겁에 비해 찰나와 같은 순간을 사는 우리의 삶은 어떤 의미일까? 이 찰나의 인생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정발산 쇠못은 어찌 빛나는가? 이 길을 매주 걸어 일 년에 백번을 걷는다 해도 이 쇠못을 밟는 경우는 열 번이 채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렇게 반짝반짝 빛남은 수많은 다른 이의 발길 때문이다. 백만 고양시민이 일 년에 열 번씩, 천만 번의 발길 때문이다.
하루하루 변화가 보이지 않지만 아이들은 자란다. 나의 행동 하나하나는 무의미해 보여도 그 행동이 쌓이고 쌓이면, 다른 이의 행동이 더해지고 더해지면 변화가 생긴다.(17.5.30, 26.1.17)
시작ⓒ소똥구리(24.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