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get it written
요즘 노트북PC는 정말 가볍다. 무게가 채 일 킬로그램도 되지 않고, 두께도 이름 그대로 얇은 노트 수준이다.
성능은 또 어떠한가? 순발력과 지구력을 모두 갖추고 있어 열면 바로 켜지고 한번 충전으로 하루 종일 쓸 수 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한 대 사고 싶다. 빠르고 가벼운 노트북만 있으면 글이 술술 써질 것 같기 때문이다.
글감이 떠올랐을 때 바로 켜지는 노트북만 있다면, 출장길에 항상 들고 다닐 수 있는 가벼운 노트북만 있으면... 글을 잘 못쓰는 것은 모두 느리고 무거운 노트북 때문이라고 죄 없는 기기를 탓한다.
대학에 입학했을 무렵 삐삐가 쓰이기 시작했다. 삐삐를 갖고 싶었다. 삐삐만 있으면 친구도 많이 사귀고 여자 친구도 생길 것만 같았다. 최신형 삐삐를 샀지만 맨날 보는 친구들만 매일 보고 여자친구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노트북은 생각을 기록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노트북이 글을 지어 내는 것이 아니다. 글을 쓰고자 한다면 공책에 펜을 들고 써도 된다. 노트 한 권, 펜 하나 들고 다니는 게 그리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워드 프로세서의 포맷에 얽매이지 않고 행간을 오가며 자유롭게 쓰고 지우고 고칠 수가 있어 더 편리할 수 있다.
최신 노트북이 없어 글을 못쓴다는 말은 당연히 핑계에 불과하다. 극작가 제임스 서버(James Thurber)는 "제대로 쓰려 말고, 무조건 써라(Don't get it right, just get it written)" 하였다.
최신형 노트북이든 공책에 연필이든 포스트잇에 볼펜이든 일단 많이, 자주, 생각날 때마다 써야 한다. 우선 쓰고 그다음에 어떻게 잘 교정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2015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처음 쓴 글부터 하나하나 되돌아보고 있다. 미숙한 글들이지만 그날의 일상이, 그날의 풍경이, 그날의 생각이 영화처럼 생생하게 되살아 난다.(17.3.31, 26.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