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웃음
금요일 저녁, 서울역에서 경의선을 타려 할 때였다.
서울역은 KTX, 일반 열차, 지하철 1, 4호선이 지나고 신촌을 경유하는 경의선도 있어 매우 복잡하다. 게다가 경의선 타는 곳은 옛 서울역사 끝에 있어 평소 이용하는 사람이 아니면 이런 노선이 있는지도 모른다.
경의선은 서울역에서 일산에 가는 가장 빠른 길이지만 한 시간에 한 대 정도로 드물게 다닌다. 한대를 놓치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그날도 차 시간이 임박하여 헐레벌떡 뛰어 겨우 경의선을 탔다.
자리에 앉아 숨을 고르며 안도하고 있는데, 앞 좌석에 조금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젊은 여자 두 명이 앉아 있었다. 둘은 커다란 짐가방을 앞에 두고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찾는 듯하였다.
조금 이상했다. 경의선을 타는 외국 관광객은 많지 않은 데다 커다란 짐가방을 볼 때 공항에 가는 길 같았기 때문이다.
어디 가는지 물어보았다. 그들은 '운서'라고 하였다. 운서? 처음 듣는 역명이었다. 지하철 노선도를 살펴보니 공항철도 끝쪽에 있었다. 잘못 탔다고, 공항철도를 타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둘은 깜짝 놀라 황급히 짐가방을 들고 내렸다. 출입문이 닫히기 직전이었다. 전철에서 무사히 내린 둘은 그제야 고맙다고 커다란 웃음을 보내주었다.(17.12.6, 26.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