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장례식

[S] 소방관과 근로자의 죽음

by 소똥구리

2012년 군산에서 같은 날 두 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사업장 탱크에 들어갔던 근로자가 질식하여 못 나왔고 그를 구출하려 출동한 소방관마저 사망하였다.

며칠 후 군산소방서에서 장중한 영결식이 열렸다. 전북 도지사는 물론 청와대 관계자까지 참석하였고 제복을 갖춰 입은 많은 동료들이 마지막 길을 배웅하였다. 영결식은 성대했으나 젊은 아내와 부모님은 국화꽃 사이 영정 앞에서 오열했다.

얼마 후, 사업장 관계자에게 또 한 명의 사망자, 소방관이 구하려던 그 근로자의 장례식은 잘 치러졌는지 물어보았다. 그분의 장례식은 조촐하고 쓸쓸했다고 하였다. 사고가 난 사업장은 국내에서 알아주는 회사였지만 고인은 정규직이 아닌 하청회사 직원이었다.


산소결핍이나 황화수소 등으로 인한 질식사고는 해마다 십여 건씩 발생한다. 질식사고는 앞에서 한 사람이 쓰러지면 구하려던 사람이 또 쓰러져 두세 명이 한꺼번에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꽤 많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왜 소방관이 쓰러졌을까? 소방관은 위험과 재해에 대한 최고 전문가인데 왜 소방관이 쓰러졌을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한 탱크는 아파트 삼층 높이의 대형 수조였다. 탱크 지붕에 있는 맨홀은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작았다. 출동한 소방관은 탱크 속으로 들어가야 했는데 산소호흡기를 등에 메고 들어가기에는 입구가 너무 좁았다. 소방관은 산소호흡기를 벗고 맨몸으로 들어간 다음 잠시 숨을 멈추고 산소호흡기를 건네받아 얼른 착용하려 했을 것이다.


보통의 사람도 물속에서 숨 쉬지 않고 1~2분 정도는 쉽게 참을 수 있고 훈련된 잠수부는 5분까지도 견딜 수 있다. 따라서 산소가 부족한 공기 속에 있어도 숨을 참으면 2~3분 정도는 괜찮을 것으로 오판할 수 있다. 이는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다.

물속에서 숨 쉬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것은 아직 폐 속에 산소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소 농도가 매우 낮은 공기를 흡입하면 순식간에 폐 속의 산소가 사라진다. 무산소 공기를 호흡하면 폐 내의 산소분압이 급격히 저하되어 뇌의 산소분압 또한 급격히 낮아지고 뇌의 활동이 정지되어 사망한다. 이러한 작용은 무산소 공기를 단 1회만 흡입해도 2초 이내에 발생할 수 있는 무서운 현상이다. 그야말로 순식간이다.


공무 중 순직하신 소방관의 장례식은 장중했고 근무 중 사망한 근로자의 장례식은 쓸쓸했다. 아무리 성대한 장례식이었다 해도 남은 가족에게는 큰 위로가 안 된다. (12.7.25, 23.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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