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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똥구리 Feb 11. 2024

"태수야, 고마워!"

50대 태수가 20대 태수에게 전하는 말

“태수야, 고마워!” 


내가 하는 말이 아니다. 태수가 태수에게 하는 말이다. 50대 태수가 20대 태수에게 건네는 감사의 말이다. 직장 때문에 세종에 내려왔다. 유일한 친구가 대전에 사는 태수다. 가끔 만나 술 한잔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삼 년 반이 흘러 다시 세종을 떠날 때가 되었다. 서울에서 또 보겠지만 그래도 대전에서 마지막 회합을 반석역 근처 족발집에서 가졌다.     


삼십 년이 넘은 친구지만 신기하게도 아직도 숨겨진 얘기가 많다. 이런저런 얘기 중에 문득 태수가 말했다. 

“나는 20대의 태수가 고마워!”


순간 이 친구가 무슨 말을 하는 건가 버퍼링이 필요했다. 

“뭐라고? 20대의 너에게 고맙다고?” 


태수는 말했다. “내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것, 지금 아내와 이렇게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 지금 잘 자란 두 아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 모두가 20대의 태수 덕분이라고 생각해!"  


소주 한 병을 마셨지만 머릿속은 소주만큼이나 맑아졌다. 나는 20대의 나를 찌질한 인생이었다고 한탄하며 살아왔다. 제대로 연애도 운동도 공부도 못하였고 더 한심한 건 그 무엇 하나에도 목숨 걸고 덤벼보지 못하고 

20대를 보낸 것이라 생각했다.     


태수 말을 듣고 돌아보니 비록 영화만큼은 아니지만 내게도 보석처럼 빛나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따분하게 들리겠지만 제대 후 복학해서는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며 보냈다. 그때 태수, 찬규, 인승 형과 도서관 계단 끝에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불안한 미래를 달랬었다.      


영화 ‘록키’에서 별 볼일 없던 록키는 연인 에드리안을 위해 시합을 준비한다. 고풍스러운 필라델피아의 새벽 거리를 달리며 쉐도우 복싱을 하는 젊은 실베스타 스탤론의 모습에는 누구나 가슴이 뛴다. 


영화에서 훈련은 "빠바밤~ 빠바밤~"하는 배경음악 속에서 짧고 역동적으로 그려진다. 현실이라면 적어도 365일은 국가대표처럼 맹렬히 연습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누구도 훈련을 좋아하지 않는다. 지루할 뿐이다. 그러한 지난한 훈련 과정이 없다면 결과는 있을 수 없다.

   

오늘 태수는 그 말을 한 것이 아닐까?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 이렇게 앉아 소주 한잔 나눌 수 있는 것은 20대의 우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태수에게 말했다. "네 말이 맞다. 나도 20대의 나에게 고맙다고 해야겠다"

나도 나에게, 20대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고생했다. 수고했다. 잘했다!" (24.1.1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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