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수형이 오랜만에 전화를 했다. 군산에 여행을 왔는데 맛집을 소개해 달란다. 내가 군산에서 몇 년 동안 직장생활을 했기 때문에 내게 전화를 한 것이다.
오랜만에 군산을 생각해 봤는데, 군산을 떠난 지 일 년이 좀 넘었다, 특별히 생각나는 곳은 없다. 나는 군산에서 생활을 했지 여행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좋은 식당은 생각이 나지만 막상 추천할 만큼 특별한 곳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군산에서 몇 년 살았다고 전화를 했으니 군산에서 가봤던 식당 중에 제법 규모도 있고 맛도 좋은 식당 몇 집을 소개해 주었다. 횟집은 다이도, 고깃집은 가소, 백반은 한일옥을 추천해 주었다. 이들 식당은 밥먹듯이 가는 밥집이 아니라 어쩌다 한번 가는 특별한 식당이다.
내가 좋아하고 자주 가던 식당은 김치찌개집, 콩나물국밥집, 순댓국집 등 평범한 동네 식당이었다.
수송동 감나무집은 돼지고기 김치찌개와 홍합탕이 참 맛있었다. 김치찌개는 진하게 얼큰했고 홍합탕은 깔끔하고 시원했다.
청하순대는 사무실 근처에 있었다. 누가 밥 먹자고 청하면 이곳으로 갔다. 순댓국 한 그릇에 소주 한 병이면 충분했다.
지금도 생각나는 군산 최고의 맛은 군산고용센터 앞에 있는 전주콩나물국밥집이다. 술 마시고 부대길 때, 그 속을 비 온 뒤 계곡만큼 깨끗이 씻어주는, 시큼하고 시원한 콩나물국은 내 평생 최고의 맛이다. 지금도 술 마신 다음날이면 그 집 국물이 생각나 아쉽기만 하다. 이 세 곳 식당은 내가 군산에서 제일 좋아했지만 그저 평범한 곳이다.
모두가 독특하고 유별날 수는 없다. 그런 곳은 여행 가서 어쩌다 한번 들릴 뿐이다. 그런 집은 워낙에 여행객이 많다 보니 항상 북적거리고 흥겨워 보인다. 평범한 곳은 주변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물리지 않는 맛이기 때문이다.
전국에 김치찌개, 순댓국, 콩나물국밥 없는 지역이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군산 맛집하니 먼저 이들이 떠오른다. 진정으로 맛있는 것은 평범하고 일반적이다.(16.4.30, 24.4.20)
ⓒphotograph by soddongguri(1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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