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촌일기, 시작하며

[양촌일기] 내곡리의 사계 -

by 소똥구리

토요일 아침이면 일산을 벗어나 한강을 따라 자유로를 달린다. 연어가 고향을 찾아 물길을 오르듯, 난지도에 개나리가 활짝 핀 봄부터 북한산 기암괴석에 눈발이 날리는 겨울에도 선유와 큰고모와 함께 부모님이 계신 석관동으로 향한다.


십 년 전 아버지는 남양주 내곡리에 작은 밭을 마련하셨다. 처음에는 아버지 혼자서 농사를 지었지만 점차 우리 가족의 아지트가 되었다. 주말이면 다 같이 모여 도라지를 심고 감자를 캐고 두릅을 땄다. 배추를 거둬 김장을 하고 열무를 솎아 겉저리를 담갔다. 노릇하게 구워 밭에서 갓 딴 상추에 쌈싸먹는 삼겹살은 세상 어느 음식보다 맛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이곳에서 계절을 보낸지십 년이 넘었다. 봄에는 복사꽃과 배꽃이 예쁘고 여름에는 오이와 복분자를 따고 아이들은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즐겼다. 숲에 가득 물든 단풍과 파란 하늘이 가슴 뛰게 아름다운 가을과 난로를 피우고 옹기종기 모여 고구마와 밤을 구워 먹은 겨울은 따듯하고 포근했다.


지난 몇 년간 밭에서 보낸 시간을 한 장 한 장 들여다보았다. 사진 찍은 날을 찾아보고 그날 일을 떠올려 본다. 장면마다 감동이다. 기억 속의 날들은 희미하다. 동그란 작은 렌즈를 통해 페이지마다 붙잡아둔 순간은 영원하다.


아버지 어머니 건강하셔서 이런 시간이 오래오래 계속되기를 바란다. (23.10.18)



ⓒ photograph by soddongguri(2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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