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것이 각성이다. 삶의 목표가 생기고 이를 위해 살아가는 자세를 바꾸는 계기가 필요하다. 의상대사는 동굴 속에서 해골바가지 물을 마시고 깨달았다. 노무현은 학생들을 변호하다가 각성했다. 위인들의 각성은 대부분 드라마틱하다.
이런 극적인 각성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 일, 아무런 사건 없이도 평범한 사람들에게 평범한 각성이 올 수 있다. 대학 2년을 마치고 군대에 갔다. 해병대도 현역도 아닌 방위병으로 복무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너무 공부를 안 했다. 이제 공부를 해보자”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충격도 아무런 사건도 없었다.
그때부터 퇴근하면 군복을 입은 채로 동대문 도서관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공부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워낙 공부하는 습관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1년 넘게 하다 보니 조금씩 습관이 되었다.
어느 날 군복 차림으로 복도 벽에 붙여 놓은 신문을 보고 있는데 누군가 "방위병이세요?"하고 물었다. 나는 그때까지 내 옷차림이 특이하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그 질문을 받는 순간 부끄럽고 창피했다. 방위병에 대한 농담이 심할 때였다. 그런데 그의 말이 의외였다. "참 대단하시네요. 저도 방위 출신인데 이렇게 군복 입고 공부하러 오다니... 열심히 하세요."
그 순간 깨달았다. “아!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이 대단한 일이구나, 의미 있는 일이구나!” 매일 도서관에 가서 한두 시간 공부한다고 해서 당장 변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렇지만 그것이 변화의 시작이었다. 그때 내 삶의 방향이 바뀌었을 것이다. 내가 깨닫지 못한 변화의 의미를 그가 일깨워 주었다.
변화는 느리고 성과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매일의 수고에 매번 갈등하고 의심하게 된다. 그 행동에 대한 의미를 깨닫고 확신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낙숫물이 바윗돌을 녹여내듯 변화는 매일 일어나고 있으나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16.11.11/23.9.23)
사진_광주한카페ⓒsoddongguri(24.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