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은 작가이다. 그렇다고 대단한 작가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좋은 생각>에 투고하고 그중 한두 편이라도 실린다면 감격하고 기뻐하는 그런 작가를 꿈꾼다.
오래전부터 <좋은 생각>을 보았지만 읽을 때마다 눈두덩이 뜨거워진다. 어쩌다 전철에서 읽다 보면 눈물이 나지만 닦을 수가 없다. 사람들 눈길이 남사스러워 그냥 눈물이 맺힌 채 마르기를 기다린다.
몇 년 전 일이다. 집으로 배송된 <좋은 생각>을 펼치니 소설가 박범신의 글이 맨 앞에 있었다. 코너명이 <논산 일기>여서 관심이 더 컸다. 유명 작가가 내 고향 저수지 가에 집을 짓고 글을 쓴다니 반갑고 그리웠다.
어릴 적 그 저수지에 갔었다. 그땐 수리조합이라 불렀다. 저수지 한쪽엔 성냥공장에서 심었다는 수천 그루의 키 큰 플라타너스 숲이 있었다. 바라보는 방향마다 열을 지어 점점 멀어지고 작아지는 기하학적 도열이 신기하고 장관이었다.
그 저수지에서 조개를 잡았다. 턱끝까지 찰랑거리는 물속을 까치발로 조심조심 더듬었다. 발끝에 딱딱한 조개가 느껴지면 자맥질하여 건져 올렸다. 그 앞뒤 기억은 남아 있지 않다. 누구와 어떻게 갔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오직 얼굴까지 일렁이던 작은 물결과 발끝에 닿았던 매끄럽고 단단한 그 감촉만 남아 있을 뿐이다.
언젠가 넓고 푸른 호숫가에 살고 싶다. 욕심이 하나 있는데 노가 달린 작은 배를 갖는 것이다. 아침이면 천천히 노를 저어 수면을 깨우고 싶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 몽실거리면 초록빛 산그늘 아래로 흘러가 책도 읽고 글도 쓰는 그런 날을 꿈꾼다.
(16.11.12, 24.10.5)
#사진_일산호수ⓒsoddongguri(23.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