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너무 더워서 6살 둘째가 유치원을 마치고 집에 오면 미니 튜브 수영장에 물을 받아 놀게 해 준다. 그런데 튜브를 보다가 휴가때 겪었던 추억하나가 떠올랐다.
20대 후반, 친구들 네 명이서 바닷가로 여름휴가를 다녀온 적이 있다. 동갑내기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지금의 남편과 남편 친구 그리고 내 친구 이렇게 네 명이서 두 커플이 다녀왔다.
여행을 떠나기 전 두 친구를 소개팅 시켜주었는데 더 잘되라는 의미도 있고 마침 휴가가 잘 맞아떨어져서 함께 다녀오게 되었다.
2박 3일로 가는 여행이라 바닷가 민박집을 미리 예약해서 다녀왔다. 첫날은 숙소에 도착하느라 시간이 걸려 민박집 근처 바닷가에서 조금 놀다가 저녁에 바비큐 파티를 하며 술 한잔을 하고 잠들었다.
다음날은 아침 일찍 서둘러 조금 거리가 있는 바닷가로 가서 놀기로 했다. 민박 사장님은 집에 있는 튜브도 갖고 가서 놀라면서 도넛 모양의 검은색 튜브를 흔쾌히 빌려 주셨는데 크기가 좀 컸다.
그 당시 남편의 차인 소나타 2로 여행을 했는데 그 튜브가 트렁크 안에 들어가질 않았다. 안 되겠다 싶어 남편 친구가 뒷좌석에 앉아 튜브를 몸에 끼고 가기로 했다. 그 모습이 좀 웃기긴 했지만 그래도 30여 분만 가면 바닷가니 어쩔 수가 없었다.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열심히 바닷가로 향했는데 성수기 휴가 때여서 그곳 휴가지도 차가 막히다 안 막히다를 반복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쾅'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앞으로 쏠렸다. 뒤차가 우리를 박은 것이었다.
처음 겪는 상황에 너무나 놀라 잠시 멍해 있다가 정신을 차렸고 남편과 뒷좌석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이야기를 하다 상황을 잘 정리했다. 그리고 우리는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 모두 뒷목과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병원에 가서 네 명 모두 검사를 했는데 남편은 허리, 나와 친구는 목 치료를 2,3주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튜브를 끼고 있던 남편의 친구는 아무 이상 없이 멀쩡했다. 치료받고 나서 우리는 목과 허리는 아파 힘들지만 혼자서만 멀쩡한 그 친구가 왜 이렇게 웃기던지. 이게 다 튜브 덕분이었던 것이다.
접촉 사고로 인해 치료를 받고 민박집에 들러 고마웠던 튜브를 돌려드리고 짐을 싸서 우리는 바로 집으로 돌아와야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고 좋은 추억을 하나 만들었다. 튜브만 보면 늘 그때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