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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Aug 02. 2020

비 쫄딱 맞고 응급실로

이런저런 이야기 21

  초등학교 2학년 때 비가 억수로 오던 날 친구들과 하루 종일 비를 맞으면서 놀다가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몸이 자꾸 덥고 어지러운가 싶더니 방에서 픽 쓰러졌다.


  어릴 적 마르고 밥도 잘 안 먹어서 빈혈이라 자주 쓰러지곤 했기에 이번에도 빈혈인가 싶었는데 정신이 들어 보니 아빠 등에 업혀있다.


  엄마랑 오빠도 뒤따라 오고 우리 가족은 응급실로 뛰어갔다. 내가 열이 40도가 넘었고 눈이 막 돌아가서 엄마는 식겁하셨단다. 병명은 급성폐렴.


   의사 선생님은 한편 폐렴에 걸리면 평생 갖고 사는 거라서 늘 조심시키라고 엄마에게 말씀하셨고 한다.


  그 뒤로 나는 비를 맞아본 적이 없다. 무조건 우산에 우비까지 입고 다녔다. 그래서 나는 비 오는 날이 싫었다. 밖에 나가 아이들과 뛰어 놀 수도 없고 집에만 있게 되니 더더욱 싫어했을 것 같다.


  20대가 되어서도 비가 오는 날이 싫었는데 비가 오면 옷이며 신발이며 가방 등이 젖는 것이 싫었다. 또 차가 막히는 것도 싫고, 암튼 다 싫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40대 중반이 되어보니 비 오는 날이 좋아졌다. 빗소리도 좋고 비 오고 나서  나는 냄새도 좋고 특히나 비가 오는 날은 괜히 나도 차분해지는 것 같고 창밖으로 보는 비 오는 풍경을 보다 보면 그냥 좋다.


  몇 년 전 남편과 어딜 다녀오고 집 앞에 왔는데 소나기가 갑자기 내려 남편 차 안에서 30분 정도 있었던 적이 있다. 차 안에서 음악소리와 함께 비가 차 윗부분에 부딪히는 소리가 그렇게 좋은 줄 그때 처음 알았다.


  더 나이 들기 전에 비 오는 날 우산 없이 빗속을 걷고 싶은데 그럴 날이 올까 싶다.



엊그제 다녀온 무교동ㅡ비가 억수로 내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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