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항상샬롬 Jul 31. 2020

수술실로 들어가며 신발을 본 엄마

이런저런 이야기 20

  내가 20대 초반 엄마가  큰 수술을 하셨다. 우리 가족 중에서 수술이라는 것을 한 경우가 지금까지도 그렇지만 엄마가 처음이었다.


  수술한 이유는 한쪽 유방에 암 조직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너무 다행스럽게도 엄마 친구분이 유방암 검사를 가는데 엄마에게 같이 가자고 했고 엄마도 같이 간 김에 검사를 함께 했는데 친구분은 정상이었으나 엄마에게서 암 조직이 발견되었던 것이었다. 조금만 더 늦었어도 심각한 상황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수술을 해보다가 암 조직이 크고 안 좋으면 한쪽 가슴을 절제할 수도 있는 수술이라고 하셨다.


  수술 날짜가 다가오자 점점 집안 분위기는 어두워져 갔고 엄마도 점점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드디어 수술 당일.

아빠도 출근을 하지 않았고, 오빠도 다니던 알바를 하루 쉬었고, 나는 대학교 수업 하루를 빠졌다.


  이것저것 검사를 하고 입원 수속을 밟고 수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엄마 옆에서 나는 긴장감을 덜어 드리려고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고 아빠와 오빠는 입원실 밖으로 나갔다 들어왔다를 반복했다.


  "수술실로 이동하겠습니다."


  간호사 선생님 두세 분이 오셨다. 그러자 엄마는 누워있던 침대 밑을 보시더니 나보고 엄마의 신발을 보여달라고 했다. 그리고는

"엄마, 수술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신발 한번 보려고."라고 하시는 거다. 나는 버럭 화를 냈다. 죽으러 가는 수술도 아닌데 왜 그런 말을 하냐고 말이다.


  엄마는 사람일은 모르는 거니 혹시 수술하다가 잘못될까 봐 그러셨다며 씩 웃으시는데 난 정말 너무너무 화가 났었다. 그리고 한편으로 엄마도 수술 앞두고 마음이 많이 약해지셨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아빠와 오빠, 그리고 나는 엄마의 이동형 침대를 함께 밀면서 수술실 앞에 도착했다.


"가족분들은 더 이상 들어오실 수 없습니다. 여기에서 기다려주세요."


  엄마는 " 엄마 들어간다. 이따 보자." 라며 희미한 미소를 지으셨고 나는 "엄마, 금방 끝날 거래. 너무 겁먹지 말고 진짜 한숨 푹 자고 나오세요." 라며 활짝 웃어 드렸다. 그리고 수술실 문이 닫혔다.


  서너 시간이 걸리는 수술이었는데 그 시간이 어찌나 더디게 가던지. 무뚝뚝한 아빠는 담배를 피우러 밖으로 왔다 갔다 하셨고, 오빠도 의자에서 일어섰다가 수술실 앞 복도를 걸었다가 다시 앉아있다가를 반복했다. 나는 조용히 앉아서 기도했다가 책도 보다가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책 내용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정말 온신경이 수술실에 가있었고 걱정되고 초조하고 긴장이 되었다. 그리고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수술이 잘못되면 어쩌지, 엄마가 마취에서 안 깨어나시면 어쩌지, 수술이 잘 안돼서 엄마의 가슴이 한쪽밖에 없게 되면 엄마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하지. 안 좋은 생각이 들 때마다 다시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서너 시간이 지나 5시간 정도 경과될 무렵 의사 선생님이 나오셨다. 수술이 잘되어 암 조직을 완전히 제거했고 가슴 절제까지는 안 해도 되었다며 다 잘된 것이라고 설명해주셨다. 그제야 우리 세명은 한숨을 내쉬었고 안도할 수가 있었다.


  엄마는 4,5일 정도 입원했다가 퇴원을 하셨고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재발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신다.


  정말 다른 무엇보다 건강이 최고다. 다시는 이런 경험을 할 날이 오지 않기를 조용히 기도해 본다.

 

애들 모자 쓴 엄마



  


작가의 이전글 아빠! C8 C8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