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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Sep 11. 2020

좀비가 되어가는 나

파란만장 난임극복 이야기 스물여덟 번째

  결혼 6년 만에 6번 유산 끝에 열 달을 누워 지켜 만난 딸아이가 40주를 꽉 채우고도 유도분만을 시도한 지 이틀 만에 태어났다.


  유도분만 둘째 날 두 시간 만에 갑자기 순풍 태어난 딸아이라 양가 부모님들은 병원에 도착하시기 30분 전에 전화로 출산소식을 들으셔야 했다.


  아니, 딸아이를 만나기까지는 6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출산할 때는 두 시간 만에 순풍 나오다니 역시 우리 아이는 복덩이고 효녀인가 보다. 후후.




  친정엄마가 일찍 오셨더라면 아마 나는 친정엄마를 보는 순간 엉엉 우느라고 출산하는데 더 힘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힘들게 나를 낳으셨구나.'라는 생각에 말이다.


  양가 부모님들은 결혼 6년 만에 그렇게나 힘들게 만난 손녀를 보자마자 너무너무 이쁘다며 엄청 기뻐하시고 감사 또 감사하셨다.


  그리고 딸과 나는 친정집에서 산후조리한 지 어느덧 2주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엄마는 집안일과 신생아 돌보기 그리고 딸인 나까지 챙기느라 밤에 자주 악몽을 꾸시고 가위에 눌리시는 등 엄청 힘들어하셨다.


  집에서 하는 산후조리가 이렇게 힘든 줄 알았다면 무조건 조리원으로 갔을 텐데 엄마와 나에겐 정말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엄청나게 힘든 시간들이었다. 


  귀한 손녀를 얻은 기쁨에 엄마가 직접 산후조리해주고 싶어 하셔서 친정집으로 온 것이었는데 너무너무 후회가 되었다.


  연세 많으신 엄마의 힘듦에 비할바는 아니겠지만 나는 손목 인대가 늘어나 반깁스에, 출산 후 일주일 후 했던 치질 수술 후유증에, 두 시간마다 딸아이의 분유를 먹어야 하는 피곤함에 점점 좀비가 되어 가고 있었다.


  온몸에 관절들은 삐그덕 대고 다크서클은 턱까지 내려와 있고 배는 아직도 이티처럼 나와있고 살은 축축 쳐져 힘이 없고 몸을 차게 하면 안좋다해서 목욕도 자주 못해 머리도 몸도 땀에 절어 있었다.


  다행히 딸아이는 하루하루 이뻐지고 젖살이 붙는 등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었다. 얼마나 신기하고 이쁘던지. 결혼 6년 만에 열 달을 누워 지켜 만난 아이인데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는 말이 절로 실감이 나는 순간이었다.


  친정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면서 엄마가 너무 힘들고 피곤해 보이셔서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에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어차피 집에 가서 내가 다 감당해야 할 육아이니 더 이상 엄마를 힘들게 하면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나와 딸아이는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우리 세 가족의 새로운 삶의 여정이 말이다. 그리고 본격적인 진짜 육아도 시작이다. 




하루하루 점점 이뻐지는 딸. 나도 도치맘이 맞나 보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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