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항상샬롬 Sep 05. 2020

엄마가 산후조리해줄게

파란만장 난임극복 이야기 스물여섯 번째

  딸아이를 유도분만으로 출산하고 2박 3일 있다 퇴원 후 바로 친정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려온 귀한 손녀이기에 친정엄마는 집에서 직접 보살펴주고 싶으시다며 조리원을 가지 말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근데 그것이 엄마와 나에게 고생길의 시작점이라는 걸 그때는 정말 몰랐다.  


  우선 나는 손목이 너무너무 아팠다. 임신 중반부터 손목이 시큰시큰하더니 출산 후 제일 아픈 곳은 손목이었다. 진통할 때 나도 모르게 침대 손잡이를 잡고 힘을 줬던 기억이 나면서 그때부터 더 심해진 것 같았다.


  아무튼 손목에 힘이 안 들어가니 모유를 짜는 것도 힘들고, 아기를 안는 것부터가 힘들었다. 가슴은 퉁퉁 불었는데 젖은 나오지 않 아프고 이상하게 엉덩이 쪽도 점점 아파오는 데다 훗배앓이까지 하는데 정말 총체적 난관이었다.


  일단 수유 전문 여사님을 불러 가슴 마사지를 받아 유선을 뚫고 젖을 유축했는데 손목이 아프니 유축기를 들고 있기도 힘들었다. 초유를 겨우 짜내서 일주일 정도만 젖병에 넣어 먹일 수가 있었다.


  딸아이는 젖병에 분유는 잘 먹는데 내 젖을 전혀 물지를 않았다. 수유 전문 여사님이 하는 말이 아이가 물기 힘든 젖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엉덩이 쪽이 점점 아파와서 오래 앉아 있기도 힘들어 모유먹이기는 빨리 포기해 버렸다.


  아기가 태어나고 일주일 후 진료를 받으러 오라고 한 기억이 나서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는데 회음부 쪽 꼬맨곳은 잘 아물었고 실밥 제거도 잘했는데 항문 쪽에 문제가 있었다. 치질이 이렇게나 심한데 어떻게 참고 있었냐고 의사 선생님은 되물었다. 헉. 나는 회음부 꼬맨곳이 아픈 줄 알았는데 치질이었다니.


  선생님은 외과 진료를 받고 가라고 하셨고 바로 가서 진료를 받아보니 항문 염증이 심해 수술을 빨리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렇게 나는 출산하고 일주일째 다시 입원을 했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2박 3일 동안 치질 수술을 잘 마치고 퇴원하는 날은 정형외과에 들렀다. 손목이 너무 아픈 것이 생각나 진찰을 받았는데 인대가 늘어나 반깁스를 해야 한다고 해서 물리치료를 받은 후 손목에 반깁스를 했다.


  드디어 집에 돌아왔다. 태어난 지 10일 정도 된 딸아이와 3일 동안 생이별을 했으니 딸아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그 3일 동안 딸아이는 젖살도 붙고 얼굴이 또 변해 있었다. 100일까지 아기 얼굴은 하루하루가 조금씩 달라지는 듯했다. 아무튼 내가 없는 3일 동안 무럭무럭 이쁘게 건강히 잘 있어줘서 참 고마웠다. 그리고 엄마도 3일 동안 얼마나 힘드셨을지 너무나 죄송하고 감사했다.


  그날 저녁 아빠, 엄마, 오빠, 조카, 남편과 함께 식탁에 앉아 저녁식사를 하는데 갑자기 명치 쪽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해서 가슴을 몇 번 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나기 시작했다.


  "어, 내가 왜 이러지? 그냥 눈물이 나오네."


   온 가족이 놀라서 왜 그러냐고 묻고 엄마는 그런 내 모습을 이해한다는 표정을 하시더니 조용히 베란다로 나가 울고 계시고 나는 방에 가서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난다.


  초보 엄마가 된 내가 모든 게 다 힘들었던 것이다. 손목, 배, 가슴은 아프고 치질이라 엉덩이도 아파 오래 앉아있기도 힘들고, 두 시간마다 분유를 먹어야 하니 잠도 제대로 못 자는 등등. 몸도 힘든데 내 마음처럼 척척 잘되지 않는 초보 육아 생활에 몸도 마음도 힘들었던 것 같다.


  게다가 친정엄마도 힘들어하셨는데 집안 살림에, 신생아 돌보기에, 딸인 나까지. 얼마나 힘드셨으면 밤중에 자주 악몽을 꾸시고 가위에 눌리시는 소리에 몇 번을 깨워드렸는지 모른다.


  그때서야 조리원에 가지 않은 것이 엄청 후회가 되었다.


다음 편에 계속


출산 후 손목 인대가 늘어나 반깁스 한 사진



이번 글 전편

https://brunch.co.kr/@sodotel/153


이전 24화 출산하면 다 좋을 줄 알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