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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Sep 21. 2020

남편 뒤만 쫄쫄 따라다니다

15년 차 동갑내기 부부의 결혼생활 이야기 20

  남편과 결혼했을 당시 남편은 대기업의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했다. 대기업답게 할 일도 많고 시키는 일도 많아서 남편은 늘 늦게 퇴근을 했다.


  신혼 초라 나는 다니던 학원강사 일을 결혼하면서 그만두고 잠시 쉬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집안일을 하고 잠시 운동을 하고 책도 보고 컴퓨터로 이런저런 것들을 하며 하루 종일 혼자 시간을 보내다가 남편이 집에 오는 시간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원래 나는 항상 바쁘게 보내고 일을 찾아서 하는 성격인데도 신혼 초라 그런 건지, 신혼살림을 차린 동네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건지 그때는 혼자 있는 시간들이 조금은 외로웠나 보다.


  그러다 남편이 집에 오면 너무 반가워서 강아지처럼 좋아하며 현관에서부터 남편을 맞이하고 남편이 집안에 들어온 순간부터 남편 뒤를 쫄쫄 따라다녔다.


  안방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을 때도, 남편이 화장실 가서 씻으면 문 앞에서까지 남편을 따라다니며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쫑알쫑알 얘기하곤 했다.


  식탁에 앉아 간단한 식사를 할 때도 그냥 남편이 좋아서 옆에 앉아 있었다. 아마 잠들 때까지 그렇게 남편만 따라다녔던 것 같다. 남편은 귀찮을 때도 많았을 텐데 고맙게도 다 받아주었다. 그래도 식사 후 남편이 컴퓨터로 뉴스도 보고 웹툰도 보는 등의 일들을 할 때면 혼자만의 시간을 주도록 비켜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잠잘 때도 남편이 항상 팔베개를 해주고 꼭 붙어 잤는데 신혼이라 그랬던 것도 있지만 큰 딸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결혼 6년 동안은 그렇게 지냈다.


  남편은 더위를 잘 타서 내가 붙는 것을 가끔 귀찮아하고 싫어할 때도 있었지만 무조건 내가 남편 몸에 꼭 붙어서 잤는데 내 몸이 원래 찬 편이라 항상 뜨끈뜨끈한 남편의 몸이 너무 따스해서 좋았기 때문이다.


  그랬던 우리가 첫째 딸을 낳고부터 달라

졌다. 출산 후 나의 몸 체질이 완전히 바뀌었다. 손, 발이 따스해지고 열이 나고 더위를 잘 타게 되었다.


  남편의 몸도 뜨거운데 내 몸도 뜨거우니 서로 닿는 게 싫어졌다. 밤이 되면 육아로 지쳐 남편이랑 대화는커녕 눕기만 하면 둘 다 잠이 들었다.


  지금도 남편이랑 꼭 붙어 자지는 않지만 가끔 남편이 팔베개를 해주면 기분은 참 좋은데 그게 오래가질 못한다. 서로 더워서 바로 떨어진다는. 쿨럭. 둘째를 낳고 나서 몸에 더 열이 많아진 것 같다.


  아이가 없을 때에는 남편과 애틋하게 알콩달콩 좋았는데 지금은 남편이랑 자주 투닥투닥 거리지만 남매처럼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을 쫄쫄쫄 쫓아가는 둘째 아들과 친구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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