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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Sep 30. 2020

일상과 같았던 명절이 싫었다

15년 차 동갑내기 부부의 결혼생활 이야기 21

    남편과 결혼하고 몇 년 후 대기업 본사에서 근무했던 남편이 현장으로 발령이 나면서 남편은 업무의 특성상 평일은 쉬고 주말과 공휴일, 명절에 더 바빠 근무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 시부모님과 나는 명절이 되면 명절 1,2주 전에 남편이 쉬는 날 모여서 명절 음식을 해 먹고 시부모님과 같이 명절을 미리 보내게 되었다. 큰아이가 5살 때까지 그렇게 명절을 보내곤 했다.


  그래서 본격적인 명절 연휴가 되면 우리 집은 다른 집들과 달리 조용하게 집에서만 보내기 일쑤였다. 남편이 같이 있었으면 여행이라 갈 텐데 그러질 못하니 말이다.       


  부모님과 여행을 갈 수도 있었지만 명절 연휴에도 힘들게 일하고 퇴근한 남편에게 맛있는 저녁식사라도 꼭 챙겨주고 싶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명절에는 남편 출근한 후 나 혼자 집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친정집에 잠깐 다녀오기도 하는 등 그렇게 명절 연휴를 보냈고 큰 딸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딸 놀아주며 둘이서 명절을 보냈다.


  반대로 친정 부모님들이 아이 때문에 이동이 힘든 나를 위해 우리 집으로 오셔서 연휴 중 명절 당일을 보내기도 했다. 지금도 명절날에는 우리 집으로 오셔서 반나절만 보내고 가신다.


  그런데 명절 연휴 동안 가끔 혼자 있거나

(아이가 없었을 때) 딸아이와 아무도 없 조용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둘만 있을 때 괜히 왠지 씁쓸하기도 하고 명절 분위기가 나지 않아서 기분이 묘했던 기억이 난다.


  혹여 다른 분들은 이 글을 읽고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일상과 같은 명절이 참 싫었었다.


  어릴 적에는 명절마다 큰집에 모여 북적북적한 분위기 속에서 기분 좋고 신났던 기억이 난다. 엄마와 큰어머니들은 무척 힘드셨겠지만 말이다.


  결혼해서 남편이 본사에 근무했을 때 나도 2,3년만 명절마다 시댁 큰아버님네 가서 이틀을 보냈는데 잘 모르고 친하지 않던 시댁 쪽 시아주버님들, 시형님들, 시동서 분들을 뵙고 요리를 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참 불편했더랬다.


  가족들이 많아서 음식이나 기타 다른 집안일들은 그리 힘든 것이 없었는데 자주 뵙지 않아 편하지 않은 시댁 가족들과의 관계가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결혼하고 2,3년 후 큰아버님이 돌아가시면서 명절에 가족들이 모이는 것이 없어졌고 나와 남편은 시댁에서만 명절을 보내게 되었다.




  남편이 대기업을 그만두고 4년 전 귀농을 하면서부터는 명절을 명절답게 보내고 있다. 지금은 귀농을 정리하고 다시 경기도로 올라왔는데 시댁이 30분 거리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는 추석 당일에만 시댁에 다녀올 것이고 친정부모님들은 모레쯤 우리 집으로 놀러 오실 것이다.


  이해심 많으시고 센스 있으신 양가 부모님 덕분에 그래도 명절에는 나름 편한 며느리

이고 딸이니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애들이 두 명이 되고 둘째가 아직 어린 네 살이고 내 나이가 마흔 중반이 돼서 그런지 역시 명절은 일상처럼 편하게 보내는 것이 최고인 듯하다.



  풍성하고 행복한 그리고 조금은 덜 힘든 추석 연휴 되시길요~



딸아이와 만든 산적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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