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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거시기 약을 먹고 쓰러졌다

15년 차 동갑내기 결혼생활 이야기 19

by 항상샬롬

결혼하고 2주년이 되었을 무렵 중국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남편의 친구 JH가 우리 집에 놀러 왔다.


1년에 서너 번 정도 업무적인 일이 있거나 명절 때는 한국에 꼭 들어오곤 했는데 그때마다 하루나 이틀 정도는 늘 우리 집에서 자고 갈 정도로 남편과 절친인 친구였다.


아무튼 그 친구는 우리 집에 놀러 올 때마다 중국에서 가져온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곤 했는데 그날도 어김없이 다양한 선물들을 주었다. 운동복이며, 다양한 종류의 차들, 먹거리, 기념품 등등.


JH가 우리 집에서 1박 2일을 잘 놀고 잘 먹고 본가로 돌아간 그날 저녁 남편은 엄청 싱글벙글 기분이 좋더니 느끼한 표정을 지으며 하는 말.


"여보, JH가 내가 사달라고 한 선물 사 왔어. 이따 기대해. 내가 힘이 불끈 날 거야."


라고 하더니 파란색 알약을 꺼내 먹는 것이었다.


흠. 그 약은 그 당시 한창 유행하던 비아그라였다. 저렇게나 좋을까 싶어 나는 어이도 없고 웃기기도 해서 피식 웃기만 했다. 그러더니 남편은 콧노래를 부르며 샤워를 하러 갔다.


잠시 후 샤워를 마치고 나온 남편의 얼굴이 벌겋다. 나는 남편이 뜨거운 물에 때까지 밀었나 보다 싶었다. 그러더니 목이 마르다며 물을 벌컥벌컥 신후 잠시후에 속이 울렁거리면서 숨이 차단다.

조금 전 붉었던 얼굴은 이제는 허옇게 질려있었다. 남편은 거실 바닥에 눕더니 계속해서 어지럽고 울렁거리고 숨이 차고 가슴까지 아프단다.


나는 너무 무섭고 겁이 나서 싶어 남편에게 119에 전화하겠다고 하니 남편은 조금만 더 있어보고 진짜 안 되겠다 싶으면 그때 부르잔다. 그러면서 하는 말.

"여보, 내가 쪽팔려서 그래."


큭큭. 그때부터 나는 걱정했던 마음을 한시름 놓았다. 남편이 농담을 할 정도면 그리 심각하지 않은 상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다행히 30분쯤 지나 정상으로 돌아왔고 나는 그 비아그라 약을 휴지통에 바로 던져 버렸다. 그리고 남편은 친구 JH에게 쌍두 문자를 날렸다.


"이 자식아, 나 죽을뻔했어. 그래서 내가 중국산은 사지 말랬지?"


그렇게 남편은 중국산 비아그라를 먹고 죽다 살아났다. 그리고 다시는 입에도 대지 않았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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