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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Sep 02. 2020

집에 PC방을 차리다

15년 차 동갑내기 부부의 결혼생활 이야기 18

  결혼 후 1주년이 다가오던 어느 때였다. 남편은 근무하던 부서가 옮겨 진후 많이 힘들어했다. 체계적으로 잡혀 있지 않은 업무시스템과 심한 말을 막 하시고 남편에게만 똑같은 일을 반복해서 시키는 과장님으로 인해 남편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집에 오면 한숨만 쉬고, 입맛도 없다 하고, 안 피던 담배도 피기 시작했다. 아내 된 입장에서 옆에서 보기 안쓰러울 정도였다.


  옛날 인기 드라마였던 '내조의 여왕'처럼 할 수만 있다면 정말 내가 과장님 부인을 찾아가 싸바싸바 해서 남편의 기를 살려주고 싶을 정도였다.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건 맛있는 요리와 힘내라는 말 밖에 없었다.


  그렇게 남편은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면서 지내는 듯했다. 그러다 금요일만 되면 남편이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집 앞으로 놀러 나가기 시작했다.


  그곳은 바로 집 앞 5분 거리 PC방이었다. 남편은 그 당시 한창 유행하던 농구게임에 점점 빠져들기 시작했다.


  금요일마다 저녁 먹고 8시쯤 나가면 12시 전에 들어오곤 했는데 점점 시간이 늘어나더니 나중에는 새벽 3, 4시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다음날이 토요일이니 들어와서 자고 늦은 점심을 먹고 또 PC방으로 갔다.


  처음에는 나도 남편이 스트레스 좀 풀게 서너 시간은 놀게 해야지 했는데 자정을 넘어 새벽에 들어오니 막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남편은 며칠 조심하는 듯했다. 그리고 나는 안 되겠다 싶어 남편과 같이 PC방에 따라가기로 했다. 같이 시간을 보내다 같이 들어올 셈이었다. 같이 게임을 하다가 게임이 영 내 취향이 아니어서 나는 나대로 시간을 보내다가 집에 같이 들어왔다.


  그렇게 며칠을 지내다 나는 남편 몰래 이벤트를 준비했다. 컴퓨터를 한대 더 사서 책상 위에 설치해서 두대의 컴퓨터를 놓아 남편만의 PC방을 만들어 준 것이다.


  우리 집이 PC방이 된 첫날은 진짜 컵라면도 책상 위에 갖다 주고 음료수와 과자도 쟁반에 담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나도 옆에서 같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해서 남편의 스트레스를 좀 해소시켜줄 수 있었고 PC방 중독을 잘 막을 수 있었던 우리 부부의 해프닝 사건이었다.


그 당시 우리 집 PC방.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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